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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기자의 창) 의성 단밀 시골마을에 젊은 어머니들 아지트..
사회

(기자의 창) 의성 단밀 시골마을에 젊은 어머니들 아지트가 생겼다네요~!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5/16 17:08 수정 2022.05.16 17:08
단밀면 ‘단밀팔자’ 모임이 일군 마을학교 집들이 엿보기

지난 13일 비가 예고됐던 이날 희한하게 일기예보로 전해진 오후 2시에 정확하게 비가 내렸습니다.
농촌 지역이고 농번기가 한창인 시기라 비 소식은 언제나 희비가 교차되지만 이번 비는 단비보단 금비라고 부르는 게 딱 맞겠다 싶네요.
금비가 내리는 날 의성군 시골면인 단밀에선 조금 특별한 집들이 행사가 있었죠.
'다함성(다름으로 함께 성장하는) 단밀마을학교' 집들이 행사였습니다. 2020년 활동을 시작한 '다함성 단밀마을학교'는 당시 면사무소 내 작은 도서관에 깃들어 살다, 몇 년째 인근에 방치된 낡고 지붕이 새는 컨테이너를 '내 집 마련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단밀초등학교를 다니는 10명의 아이들과 5년 전에 귀촌한 최수환 작가와 함께 우리 집을 가져보자는 마음으로 개보수를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함께 창틀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낡은 가구를 정리하고, 페인트 칠과 바닥재를 까는 등 짧지 않은 시간 동안에 '내 집 마련 프로젝트'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노력을 쏟아부어 이날 결실을 맺게 되었다네요.
'다함성 단밀 마을학교'는 마을학교 활동을 통하여 모인 8명의 어머니들의 모임인 ‘단밀 팔자’의 관심과 지속적인 활동이 근간이 되어 운영되고 있었다는데... 단밀 마을에 소중한 젊은 어머니들 여덟 분.. 이쯤 해서 소개해드려야겠죠~
이정은, 이장임, 고삼주, 윤혜리, 문규리, 신은현, 김수정, 문지해 8명으로 이루어진 '단밀 팔자'모임 당신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단밀마을학교 이장임 플래너는 " ‘내 집 마련 프로젝트’는 단순히 생활공간 하나를 새로 고치고 만든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의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자치’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컸으며, 활동무대를 관(면사무소)에서 마을로 옮김으로 자연스럽게 마을과 아이들의 접촉면을 넓히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단밀마을학교의 윤혜리 대표도 의미 있는 한마디를 건넵니다. "우리 지역은 전국에서 인구 소멸 지역 1순위라서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키는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르신들이 많아서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 정책은 훌륭합니다. 언제나 환영하죠. 그래야 하고요.... 그럼에도 어르신들의 복지는 영원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왜냐하면 뒤를 이을 어르신이 사라지는 환경이니까요... 그러니 어르신을 위한 정책은 유지하되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 돌봄 환경 자체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한데,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무엇도 와닿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단밀 팔자' 모임의 태동이 거기에 기인한 것이니까요. 강남에 엄마들과, 시골 단밀면 엄마들의 아이사랑이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라고요.


이날 행사에는 강병호 면장, 김주수 의성군수 후보의 배우자, 최훈식 의성군의원 후보, 구천면 정수사 탄하 스님, JC 김명섭 회장, 전 JC박민서 회장, 미래교육지원센터의 최윤주 사무국장, 단밀초등학교 배진석 교무부장,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작고 소박한 공간이지만, 고령층 위주로 이뤄지는 주민복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는 여러분의 소회가 이어졌다 하며, 마을학교의 활동 영상을 통해 최훈식 의성군의원 후보는 눈물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단밀 팔자'모임의 '문규리' 회원님이 들으라는 듯 말라는 듯 던진 한마디도 빼놓을 수 없을 거 같아서 옮겨 봅니다.
“사실 3년 동안 마을학교를 운영하면서 마을분들이나 행정에 서운하기도 하였고, 낡고 비가 새는 버려진 컨테이너를 보고 화가 나기도 했어요. 특히, 작년 11월의 축제는 단밀 팔자와 아이들이 많이 고생하고 노력하여 판을 벌린 것인데, 정작 학교의 참여는 없었고 어떤 지역 언론 매체와도 연결할 수 없어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하지만, 이번 집들이 행사에서는 참석하신 여러분들의 진심 어린 축하인사와 아이들의 활동 영상에 감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뭔가 알아주시는구나‘ 생각했어요.”이렇게 전해줍니다.
기자가 상주하는 의성지역이 전국 인구 소멸 지역 탑을 달린지는 꽤 되었습니다.
단비가 내리던 늦은 오후에 뜬금없이 "모임 집들이 행사도 기사로 내보내 줄 수 있나요...?" 라고 받은 전화 한 통화가 오랜 시간을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저들이 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걸까..?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갈까..?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일까..? 결국 집들이 행사에 참석한 지방 선거 후보자 분들의 몫이 아닐까요..
수첩을 접으며 '단밀 팔자' 회원분들이 들려주려던 속마음을 유추해 보자면. '그들에겐 관심..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했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엄마로 동네 아줌마로 불리면서 우리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최소한의 관심 말이지요.'
인터뷰를 하면서도 전해지는 씩씩함은 이제 막 프로젝트를 시작하려는 거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열정입니다.
꽃길만 걸으라고들 합니다. '단밀 팔자' 어머님들의 그 꽃길은 단밀마을학교를 피어나게 하고, 전교생 9명의 작은학교도 피어나는 길이길 바랍니다.
온실에서 키워 옮겨 심은 정돈된 꽃길 말고 잡초와 야생화가 어우러진 그 꽃 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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