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반값등록금국민본부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등심위 구조개선과 등록금 인하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정의당 청년·학생 위원회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단체는 "현행 규정상 등심위에 학생들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렵다"고 등심위 구성요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등심위원에 교직원위원과 학생위원이 동수로 구성돼야 하지만 교직원 수가 더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또 "동수로 구성되더라도 총장 추천 외부 전문가가 학교 측 손을 들어주기 때문에 학생위원 의견은 무시되기 쉽다"고 비판했다.
박세훈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몇 년간 투쟁해 만든 등심위에 허울만 남았다"며 "고려대 등심위는 교직원위원과 학생위원이 각 6명으로 구성돼 동등한 합의 도출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전문위원이 학교 측 얘기만 들어준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세훈 한양대 부총학생회장은 "한양대 등심위 규정에서 총장 추천으로 관련 전문가 1명을 위원으로 둘 수 있지만, 추천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적인 심의과정을 법적으로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학생과 교직원 심의위원 간 줄다리기를 벌이는 퍼포먼스를 보여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학생 측이 우세했지만 전문위원이 학교 편을 들어 교직원이 이기게 하는 방식으로 전문위원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정부 발표와 달리 반값등록금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유종헌 고려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는 형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심현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애초에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등록금 고지서에 출력되는 등록금 금액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이었다"며 "국가장학금 수급자가 41%밖에 안 되는데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경 고려대학교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교육은 인재를 육성해 미래를 만들 인재를 길러내는 일인만큼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정부에 등록금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