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 정국이 여야 정치권의 권력 지형을 흔드는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극심한 내홍에 빠졌던 국민의힘은 김승원 법무부·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낙마 공세를 고리로 사실상 ‘원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논란이 커지는 용혜인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심을 의식한 출구전략을 고심하는 반면, 김승원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면서 여권 내부의 대응 전략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결국 이번 청문정국은 단순한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을 넘어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당의 향후 운명을 가를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 김민석 대표의 판단이 주목된다. 당선 당시 ‘당정 일치’와 함께 취임 후 3개월 내 대통령 지지율 10%포인트 상승을 견인하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로서는 최근 당청 지지율 하락과 2030세대의 민심 이반 조짐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용 후보자는 이른바 ‘꿀수저’, ‘특혜인’, ‘벼락출세’ 등의 비판에 더해 기본소득당 사당화 논란까지 겹치면서 민주당으로서도 무조건적인 엄호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이미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6일 “용 후보자가 사과도 안 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2030에게 적대적인 박탈감을 줬다”며 후보직 사퇴 가능성을 거론했다.
반면 용 후보자는 절세 논란 등에 대해 ‘통상적인 정치활동’이라고 반박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직접적인 사퇴 요구보다는 ‘국민 목소리 존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우회적으로 용 후보자의 거취 결단을 압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국민의 여러 목소리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하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인사를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여론 악화에 대해서는 당이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김 대표가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한 데 이어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퇴 과정에서도 막후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제기된 만큼, 용 후보자 문제에서도 김 대표가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은 용 후보자와는 사뭇 다르다.
신약 임상 승인 청탁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해당 의혹이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이미 사법적 검증을 거쳤다는 점을 부각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이번 개각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데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안착이라는 정책적 과제까지 안고 있어 민주당으로서는 총력 방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연일 새로운 녹취록을 공개하며 김 후보자 의혹을 정조준하자 김민석 대표는 한 의원을 겨냥해 “아직 감을 잘 못 잡고 총기를 난사하는 행태”라고 비판하며 역공에 나섰다.
용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심’을 강조하면서도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와 공세를 병행하는 민주당의 투트랙 전략이 향후 청문정국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용 후보자 문제를 통해 민심을 달래면서 김 후보자를 지켜내야 하는 정치적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이번 청문정국에서 김 대표가 어느 선까지 대통령실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또 당정 일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여론 악화를 차단할 수 있는지가 향후 여권의 리더십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6·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장동혁 대표 체제를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격화했던 국민의힘도 청문정국에 들어서면서 일단 내부 갈등을 뒤로 미뤄놓은 모습이다.
장 대표와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비롯해 친한계 및 비주류 인사들이 김승원·용혜인 후보자에 대한 공세에 동참하면서 계파를 넘어선 대여 공조가 형성되고 있다.
한동훈 의원이 김 후보자에 대한 불법로비 의혹 공세를 주도하고 장 대표가 여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한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안철수 의원 역시 최근에는 두 후보자에 대한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도 김 후보자를 겨냥해 비판에 가세했고 유승민 전 의원 역시 개각을 비판하며 정부의 정책 전환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권파와 친한계가 사사건건 충돌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장면이다.
여기에 친한계와 가까운 비주류 모임 ‘대안과 미래’가 권영진 의원의 탈퇴 이후 사실상 활동을 멈추면서 당내 계파 전선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그러나 이것을 국민의힘 내부 갈등의 종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청문회가 끝나면 추석 연휴를 거쳐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이후에는 예산국회가 이어진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견제 과정에서 여야 대립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의 노선 갈등도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이미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 남아 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비당권파인 조경태·서범수·권영진·진종오 의원에 대한 징계를 의결한 가운데 서·권 의원은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고, 진 의원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징계 문제가 법정으로 넘어갈 경우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충돌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장 대표가 추진했던 당협위원장 당원직선제 역시 또 다른 뇌관이다.
당초 전체 당협위원장을 책임당원 투표로 재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장 대표는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공석인 사고당협에 한정해 직선제를 실시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조직위원장 공모가 확정된 36개 사고당협을 중심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경쟁이 본격화할 경우 계파 갈등이 다시 전면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이해관계가 직접 맞물리는 만큼 향후 당협 직선제가 국민의힘 내부 권력 재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청문정국을 여야 모두에게 ‘잠깐의 휴전’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2030세대 이탈이라는 민심의 경고음을 어떻게 돌파할지가 과제다. 김민석 대표가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검증과 당의 독자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청문정국에서는 계파를 떠나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과 당의 노선, 비주류 징계 문제, 당협위원장 직선제 등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여야 모두 지금은 상대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지만, 청문정국이 끝나는 순간 다시 내부를 향한 권력투쟁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시선은 벌써 다음 국면으로 향하고 있다.
청문회를 시작으로 국정감사와 예산국회를 거치는 동안 민주당은 ‘민심을 얻는 여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국민의힘은 ‘싸우면서도 하나 되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그리고 그 결과는 향후 여야 지도부의 생존과 차기 당권 경쟁, 나아가 2028년 총선을 향한 여야 권력지형 재편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