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후반기 정기국회가 시작부터 인사청문 정국을 넘어 여야 간 국회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7~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이어 9일부터 나흘간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14일부터는 8·30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9월 국회가 사실상 향후 정국의 승패를 가르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는 단순한 정책 공방을 넘어 인사청문회 결과가 추석 민심과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까지 연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9월 국회의 승자가 정기국회 후반부의 의제 설정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큰 만큼, 여야가 대정부질문과 청문회를 사실상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에서는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성과를 부각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사법개혁을 주요 방어선으로 삼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정부의 부동산 후속 입법과 주택 공급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는 한편,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검찰개혁 후속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둘러싼 논란도 주요 쟁점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혼선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태세다.
대표적인 공격 소재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이른바 '롤러코스피', 수도권 집값 급등, 부동산 세제정책 번복, 내년도 예산안 등이다.
특히 기재부 출신 송언석·박수민 의원이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만큼 정부의 재정 운용과 미래대응기금 등을 놓고 상당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도 야당의 핵심 공격 카드다.
최근 발생한 제주 실종 사건과 장윤기 살인사건 등을 고리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의 적절성을 따지며 사법개혁의 부작용을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정부질문의 또 다른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 전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혀온 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자로 나선다는 점에서 여당 의원이 정부를 상대로 사실상 견제에 나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여야 대결 구도를 넘어 여당 내부의 국정 운영 노선과 정부의 외교·안보 판단이 충돌하는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정부질문이 끝나면 정국의 무게중심은 곧바로 인사청문회로 이동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김승원 법무부·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16일 강신철 국방부·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7일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까지 확정될 경우 사실상 '인사청문회 슈퍼위크'가 완성된다.
국민의힘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당초 용 후보자를 집중 겨냥했던 국민의힘은 최근 김승원 후보자로 공세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특히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민주당 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의원모임' 논란을 연결해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장관 자격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관련 녹취록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야권의 공세 전선도 한층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뿐 아니라 홍지선 후보자 등 다른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검증 강도를 높여 '2+α 낙마'를 정국 목표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 "공직 부적격자들을 인선한 이 대통령의 2차 개각은 레임덕을 촉발할 것"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반드시 걸러내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민주당도 물러설 수 없다.
추석 연휴 전 장관 후보자 6명에 대한 청문 절차를 마무리하고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로 정국의 무게중심을 이동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김승원 후보자 방어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미 기소유예 처분한 사건이고 금품 거래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공소취소 의원모임 논란에 대해서도 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과 장관 후보자로서의 자격 검증은 구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한병도 원내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답을 정해 놓고 후보자를 범죄자로 모는 것은 인사 검증이 아니라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한 것도 야당의 공세를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싼 여론의 향방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장관 후보자 한 명 한 명의 청문회 결과가 정부 출범 이후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결국 청문회 이후에 쏠린다.
이번 청문회에서 국민의힘이 복수 후보자의 낙마를 이끌어낼 경우 야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후보자들을 무난하게 지켜낸다면 이재명 정부의 개각을 둘러싼 야당의 공세를 조기에 차단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추석 민심은 곧바로 국정감사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이 청문회에서 확보한 의혹과 쟁점을 국정감사로 확대할 경우 정기국회 내내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청문회 방어에 성공한 뒤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에서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9월 국회는 단순한 '청문회 정국'이 아니라 하반기 국회 의제 설정권과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첫 번째 본게임인 셈이다.
대구·경북(TK) 정치권 역시 이번 정기국회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정부질문과 청문회에서 여야의 정치적 충돌이 격화될수록 국회가 지역 현안과 민생 예산을 얼마나 챙길 수 있느냐가 지역 국회의원들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TK에서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광역교통망, 지역 산업 전환, 국비 확보 등 굵직한 현안이 내년도 예산안과 맞물려 있다.
따라서 TK 여야 의원들에게도 정기국회는 중앙정치 공방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청문회와 대정부질문에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정감사와 예산정국에서도 지역 현안을 관철할 정치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정기국회 초반 승부는 '누가 더 많이 공격했느냐'보다 '누가 국민에게 더 설득력 있는 의제를 선점했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를 통해 추석 민심을 잡고, 이를 기반으로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까지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만큼 9월 첫 2주가 22대 국회 후반기 권력지형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