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사법부 독립 공방이 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대구·경북(TK) 정치권의 대표적 중진인 주호영(수성구갑) 국민의힘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탄핵 추진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민적 저항과 정권 차원의 정치적 후폭풍을 경고했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에서 촉발된 갈등이 대법원장 탄핵 논쟁으로 번지면서 헌법상 권한 충돌과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은 물론, 사법부와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의 주호영 의원은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논의와 관련해 “도대체 조 대법원장이 어느 헌법 조항, 어느 법률을 어겼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명분 없는 트집과 힘으로 사법부까지 굴복시키려 든다면 국민적 분노를 피할 수 없다”며 “대법원장을 탄핵하면 제2의 부마항쟁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의 과거 발언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요구하거나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라는 취지의 과거 발언과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다는 주장을 상기시키며, 현재 민주당의 대응이 과거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차기 대권 주자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가세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을 탄핵하는 폭거를 저지르면 정권은 몰락의 길로 갈 것”이라며 “야당이 탄핵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탄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대법원장 탄핵에 따른 직무정지가 현실화하면 사법부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삼권분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단순한 개별 정치인의 비판을 넘어 사법부 독립과 권력분립을 둘러싼 보수 진영의 문제 제기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TK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헌법적 권한 침해 문제로 규정하면서 향후 지역 정치권의 대응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와 대법관 격려금 지급, 업무추진비 사용 등을 문제 삼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당 유튜브 방송에서 “탄핵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요구가 이미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모든 방법과 어떤 경로를 올려놓고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조 대법원장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권한 행사에 대한 정치적 압박인지에 달려 있다.
민주당이 탄핵 사유와 법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국민적 설득에 나설지, 국민의힘이 이를 사법부 독립 침해 문제로 부각하며 총력 저지에 나설지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실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파장은 정치권을 넘어 사법부 운영에도 미칠 수 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피소추자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다만 탄핵소추안 발의나 논의만으로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더라도 파면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달려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려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뿐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사유가 인정돼야 한다.
따라서 탄핵 추진 여부와 별개로 구체적인 위법 행위와 법적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하다.
정치적 후폭풍도 주요 변수다.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강행하면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 수호를 전면에 내걸고 대여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민주당은 탄핵 사유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하면 국회 입법과 민생 현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법원장 탄핵은 일반적인 정치 현안과 달리 사법부의 독립성과 헌정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탄핵 추진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여야의 정치적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최근 여론조사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 등에 대해 10명 중 5명은 조 대법원장의 '위헌'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TK 정치권 관계자는 “대법원장 탄핵은 특정 인사에 대한 찬반을 넘어 사법부 독립과 권력분립의 원칙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의 문제”라며 “탄핵 사유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거나 정치적 대립만 부각될 경우 국회와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