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국정감사가 정책 검증보다 여야의 정쟁과 막말, 짧은 영상(쇼츠) 경쟁으로 얼룩졌다는 비판 속에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국회는 오는 26~27일 법제사법·외교통일·국방·행정안전·보건복지·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28~30일 운영·정보·성평등가족위원회 감사를 끝으로 올해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한다.
남은 국감의 최대 쟁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사법부 공방과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대통령실 인사 관련 논란이다.
특히 국감 종료 직후에는 820조9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시작돼 여야의 전선이 예산 정국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조희대 사법부 공방 재점화…법사위 막판 격전
26일 법사위 종합감사는 올해 국감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여야는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행정처 개혁 등 사법개혁 요구도 이어지면서 대법원장과 사법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위헌적 압박이라고 맞서고 있다.
외교통일위에서는 한미동맹 현안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이, 행안위에서는 경찰개혁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에서는 초광역특구법에 담긴 주 52시간 근로시간 특례 적용 예외 문제가, 복지위에서는 국민연금의 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 결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현지 증인 채택 불발…청와대 국감도 정쟁 예고
29일 예정된 청와대 국감에서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 등 대통령실 인사 관련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야당은 김 실장과 강훈식 전 비서실장, 김용범 전 정책실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이 불발된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인사와 권력 운영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 무리한 정치 공세라는 여당의 반박이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제기해 온 이른바 '만사현통' 논란도 공방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정보위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문제, 성평등가족위에서는 관계성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정부 및 수사 당국의 대응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은 국감에서도 정쟁이 정책 검증을 압도할 경우, 정부 정책과 행정의 문제점을 점검한다는 국정감사 본연의 기능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검증은 뒷전…'쇼츠 국감' 오명
올해 국감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이 담긴 쇼츠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쇼츠 국감'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법사위에서는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부엉이바위' 발언이 논란이 됐고, 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과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서로를 '조직폭력배', '여자 깡패'라고 비난하며 충돌했다.
여야의 설전은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지지층을 겨냥한 온라인 홍보에 활용됐다.
국정감사가 정책과 행정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자리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국감이 조기에 종료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은 이진숙 의원의 국감 제척 문제를 둘러싼 여야 공방 끝에 전체 의원 18명 가운데 4명만 질의를 마친 상태에서 오후 6시17분 산회했다.
여야가 국감 질의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제작해 홍보에 활용하는 데 공을 들이는 사이, 정작 피감기관에 대한 검증 시간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국감이 정책 성과와 문제점을 따지는 본래 목적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콘텐츠 생산에 치우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감 끝나자마자 820조 예산전쟁…미래대응기금 충돌
국감이 끝나면 여야의 관심은 곧바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옮겨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30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 일정에 들어간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820조9천억원 규모로,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재정 지출 확대를 둘러싸고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지방 주도 성장에 필요한 철도 예산 등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인력 관련 예산도 증액 논의 대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미래세대에 재정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며 대대적인 예산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162조원 규모의 기금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과 청년·지방·교육 분야에 투자하고 국채 신규 발행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내년도 기금 사업비 45조3천862억원 가운데 17조5천770억원이 선심성 현금 지원 성격이라고 주장한다. 농어촌 기본소득과 청년 문화예술패스 등에 대한 예산 편성을 놓고도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급증한 세수를 미래 성장과 민생 회복에 투자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감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정책 현안들이 예산 심사 과정에서 다시 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올해 국감의 성패는 남은 일정에서 정책 검증 기능을 얼마나 회복하느냐에 달렸다. 국감이 정쟁과 쇼츠 경쟁으로 막을 내린다면, 이어지는 예산 심사마저 정파적 대립에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