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최근 3년간 43% 넘게 급증했지만, 피해자 구제의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할 노동위원회의 시정사건 기각 비중은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신고 10건 중 8건 이상이 ‘법 위반 없음 등’으로 종결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피해자 보호제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중앙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신고는 2022년 1588건에서 2025년 2273건으로 685건(43.1%)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법 위반 없음 등’으로 처리된 사건도 1342건에서 1952건으로 늘었다.
전체 접수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5%에서 85.9%로 오히려 높아졌다.
노동위원회의 직장 내 성희롱 시정사건 처리 결과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22년 5월 도입된 직장 내 성희롱 시정제도는 사업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직접 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처리된 시정사건 144건 가운데 54건(37.5%)이 기각됐다.
연도별 기각 비중은 2023년 23.5%에서 2024년 35.9%, 2025년 40.0%로 매년 상승했다. 올해는 8월까지 이미 59.3%를 기록했다.
시정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피해자들이 노동위원회 절차에서도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노동위원회의 조사권 행사도 줄었다는 점이다.
자료제출 요구는 2023년 접수 사건 기준 20건에서 2025년 접수 사건 기준 6건으로 감소했다. 현장조사도 같은 기간 7건에서 4건으로 줄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자체 업무매뉴얼에서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릴 경우 자료제출 요구와 출석·현장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사실관계를 확인하도록 안내했지만, 실제 조사권 행사 실적은 감소한 것이다.
특히 사업주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조사에서 성희롱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 기준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업주가 조사에 소극적이거나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경우 피해자 구제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사업주가 조사를 소홀히 해 성희롱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노동위원회가 직접 사실관계와 보호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심리·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일부를 취소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항소심 선고는 오는 11월 13일 예정돼 있다.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52명도 지난 15일 공동탄원서를 내고 노동위원회의 독립적인 심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주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절차가 좌우되면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제한되고, 별도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자가 시간과 비용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주영 의원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위해 도입된 시정제도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사업주의 조사 결과에만 의존해 피해자의 권리구제가 제한되는 일이 없도록 노동위원회의 독립적인 조사와 판단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와 구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희롱 신고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접수 건수만이 아니다.
신고 이후 얼마나 충실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실질적인 구제로 연결하느냐다.
노동위원회가 사업주의 조사 결과를 넘어 독립적인 판단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