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측근들의 구속 갈림길에서 직접 변호인으로 나서 경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계 은퇴 선언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홍 전 시장이 강도 높은 발언까지 쏟아내면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 전 시장은 27일 대구지법에서 열린 선거용역업체 사장 박모 씨와 선거캠프 회계책임자 김모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두 사람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 전 시장 선거캠프의 정치자금을 부정하게 지출하고, 허위 증빙서류 등을 이용해 회계보고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직후 경찰 수사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경찰이 가공 거래로 적시한 5∼6가지가 전부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이라며 “당시 거래 내역서와 국회 정책자료집 등 실제 거래가 있었다는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영장 청구 자체가 다른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 선거 자원봉사자 4∼5명이 자기들끼리 주고받은 카카오톡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라며 “수사가 허술하고 미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찰이 사건을 무리하게 구성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수사 당국을 강하게 압박했다.
홍 전 시장은 “나는 우리 직원들 사건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며 “굳이 이 사건을 만들어 저렇게 난리 치는 이유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수사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치 은퇴한 사람까지 입건해서 기소해본들 아무 효능이 없다”며 “저런 식으로 하면 연말에 다시 돌아가는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향후 정치 활동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홍 전 시장이 구체적인 정치 복귀 계획을 밝힌 것은 아니다.
또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도 거듭 선을 그었다.
홍 전 시장은 “명태균은 묻지도 마라.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라며 “지난번 윤석열과 대선 경선을 할 때 명태균이 우리 팀에 붙겠다고 해서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한테 문제가 되면 나를 부르면 된다”며 “나를 부르지 않는 것은 아마 부를 근거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측근들이 구속될 경우 향후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계속 변론해야지”라고 답했다.
직접 변호에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내 직원이잖아. 내 직원이었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아들이 수사 대상에 오른 데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정치 은퇴한 사람에게 5년 전 사건을 가지고 와서 아들까지 건드리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공소시효를 정지시키기 위해 마음대로 공범자라고 만들어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박씨와 김씨가 공모해 선거캠프 정치자금 수천만원 상당을 부정하게 지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홍 전 시장 아들 친구의 후배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에 홍 전 시장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이 대구시장에 당선된 뒤 대구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됐다가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사직했고, 제기된 혐의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홍 전 시장과 박씨 등 4명을 수사하다 지난해 7월 사건을 특검에 넘겼다.
이후 올해 3월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초 고발 사건과 별개의 범죄 혐의를 추가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후속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홍 전 시장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측근들의 구속 여부와 경찰 수사의 향배가 홍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의 향후 흐름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홍 전 시장의 공개 행보가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도 주목된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