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의 국회 통과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공세를 본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입법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
특검 출범을 앞두고는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과 수사 대상의 적정성, 검사의 수사권 행사 등을 둘러싼 법적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서울 경복궁역 앞에서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소속 의원 70여명, 원외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재명 재판취소 악법 강행처리 국민규탄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민주주의 사망'이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달고 '이재명 셀프면죄 강력규탄', '이재명 재판재개 국민의 명령이다' 등의 손팻말을 들며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규탄했다.
장동혁 대표는 "범죄자 이재명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 이재명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며 "이제 탄핵만이 답이다. 당장 탄핵해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대통령의 재판 취소를 위한 공소취소 특검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며 "명백한 의회 쿠데타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입법 사기"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장외집회를 시작으로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9일과 10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대장동 등 상징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소속 의원들의 1인 시위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에게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한편,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추가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 심사와 특검법 대응을 연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공소취소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더 강력한 투쟁 카드를 꺼내 들겠다"며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대치가 격화하는 가운데 조작기소 특검법은 다음 달께 특검팀 출범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당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 12개 사건의 조작 여부를 수사하게 되며,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최장 200일 동안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특검의 출발부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검법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이 각각 추천한 후보 가운데 이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최종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체 수사 대상 12건 중 6건이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 대통령이 기소돼 재판이 중단된 사건이다.
자신과 직접 관련된 사건의 수사 책임자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인 만큼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와 야권의 지적이다.
'누구도 자기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기도 전문위원도 특검법 검토 보고서에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부여한 것이 특검 제도의 공정성과 사법적 정의라는 취지에 부합하는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사 범위의 불명확성도 논란이다.
특검법은 검찰이 범죄 혐의와 수사 필요성을 확인하고도 수사를 개시하지 않거나 중단·지연한 사건까지 수사 대상으로 포함했다.
당초 수정안에 담겼던 김진성 씨의 금품수수 의혹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 등은 본회의 상정 직전 삭제됐지만, 관련 조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사 범위가 넓어졌다.
김진성 씨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거짓 증언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김성태 전 회장도 올해 4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연어 술파티 의혹'을 부인했다가 위증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이들 진술의 배경에 검찰과의 형량 거래가 있었는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특검법은 다른 사람의 범죄를 규명하는 데 주요 진술이나 자료를 제공하는 등 수사에 협조한 경우 자신의 범죄에 대한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했다.
이미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피고인들이 형 감면을 기대해 기존 진술을 번복할 경우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법적 충돌 가능성도 남아 있다.
지난달 2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됐지만, 특검법은 종전 형사소송법을 적용해 파견 검사가 수사권과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팀은 최대 2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조서와 서류의 재판상 증거능력 역시 종전 형사소송법을 적용하도록 해 향후 재판에서 법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특검 성격을 볼 때 검사가 파견되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파견이 불가피하더라도 규모를 현재 계획의 절반 이하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 역시 "이제 더 이상 검사는 수사기관이 아니다"며 이미 효력을 잃은 구법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위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 추상적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대표 제거', '장기간', '대규모', '집중' 등의 표현이 추상적이어서 실제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검의 권한이 기존 특검보다 확대됐다는 점도 쟁점이다.
특검은 재판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고, 재판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한다. 대통령기록물 열람 요건도 기존보다 완화됐다.
특검의 진상 규명을 방해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소속 기관장에게 징계나 문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이용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특검법 통과 당일 지명되면서 야권의 의혹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향후 특검 수사 결과를 근거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공소취소를 추진하거나, 이 대통령 측이 수사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해 공소기각을 요구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중대한 위법 수사나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이 인정될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특검의 최대 쟁점은 과거 검찰 수사의 위법성을 규명하는 것과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의 독립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특검이 실제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기구로 기능할지,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의 진원지가 될지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