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노사가 140여일간의 줄다리기 끝에 마련한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포항지역 경제계에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창사 이후 첫 파업이라는 진통을 겪은 끝에 가까스로 마련한 노사 합의안마저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임금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지역 제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포스코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포항경제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8일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에 따르면 전날 실시한 2026년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반대 4천744표(51.69%), 찬성 4천433표(48.31%)로 합의안이 부결됐다.
찬반 격차는 불과 311표였다.
전체 선거인 9천424명 가운데 9천177명이 투표해 투표율은 97.38%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 속에 과반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과 추가적인 처우 개선 요구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달 30일 기본급 2.6%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특별승호 3호봉, 명절 상여금 확대, 교대 휴일수당 추가, 상주·정비수당 인상, 의료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6월 16일 교섭을 시작한 이후 약 30차례의 실무·본교섭을 거친 결과였다.
하지만 노조가 당초 요구한 기본급 7.1% 인상 등에 비해 합의안의 처우 개선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조합원들의 판단이 부결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 노조는 앞서 지난 9월 두 차례 부분파업을 벌였으며, 3차 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에서 노사 간 막판 협상을 통해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
러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노사 간 추가 협상은 불가피해졌다.
포스코 노사는 재교섭을 통해 새로운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노사 갈등의 여파가 포스코 내부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포항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철강 생산과 가공, 물류, 정비, 설비 등 수많은 협력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산업도시다.
포스코의 생산활동과 경영 안정성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에 포항 정치권과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노사 갈등이 지역경제 불안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포스코 노사 문제를 단순한 기업 내부의 임금협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포항경제의 핵심 축인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고용 안정이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만큼 노사 양측의 책임 있는 협상과 지역 산업 생태계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역시 노사 간 권리와 경영 여건을 존중하면서도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협력업체와 근로자,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 주체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만으로 생산 차질이나 지역경제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향후 재교섭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어느 정도의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포스코 측은 노사 상생을 바탕으로 경영 여건과 직원들의 정서를 고려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적인 노사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포스코가 노사 갈등에 발목을 잡히기보다는 철강산업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임금협상의 향방은 포스코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강산업 침체와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포항이 노사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고 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