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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밥상에는 독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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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밥상에는 독도가 있다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11/02 16:26 수정 2026.11.02 16:26
최홍배 KTF 해양영토전략연구소장

지난 29일, 배우 최불암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수사반장」의 박 반장, 「전원일기」의 김 회장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겠지만, 내게 남은 얼굴은 전국의 밥상을 찾아다닌 「한국인의 밥상」 속 그의 모습이다. 낯선 마을의 밥상 앞에 앉아 음식보다 먼저 그것을 차린 사람의 손을 바라보던 얼굴. 그는 밥 한 그릇에서 땅과 바다, 그리고 그 곁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의 세월을 읽어냈다.

그가 찾은 수많은 밥상 가운데 내 마음을 오래 붙잡은 곳은 울릉도다. 2020년 5월, 「한국인의 밥상」은 봄의 울릉도를 찾았다. 명이나물 장아찌와 삼나물, 울릉 칡소, 그리고 독도새우. 거친 바람과 가파른 비탈을 견딘 섬의 밥상은 놀랍도록 풍성했다.

그 풍성함은 거저 오지 않는다. 바다는 먹을 것을 내주지만 늘 순하지는 않다. 풍랑이 일면 배는 묶이고, 바람이 잦아들면 사람들은 다시 바다로 나간다. 독도새우를 잡는 배는 울릉도에서도 한참을 더 나아가야 한다. 독도 바다가 곧 그들의 일터다. 뭍에서는 가족이 그 배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하루를 건너고 계절을 견디며 울릉도의 삶은 이어져 왔다.

그 밥상 앞에서 나는 묻게 된다. 독도는 누가 지키는가.

우리는 흔히 경비대와 외교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는 또 다른 답을 들려준다. 조선은 오랫동안 울릉도 주민을 뭍으로 데려오는 쇄환정책을 폈다. 섬을 비워 두는 것이 지키는 길이라 여겼다. 하지만 빈 섬에는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1882년 고종은 개척령을 내렸고, 이듬해 봄 열여섯 가구 쉰네 명이 처음으로 섬에 터를 잡았다. 그들이 일군 비탈밭과 포구가 오늘 울릉도 밥상의 뿌리다. 섬을 비워 지키던 시대에서 사람이 살아 지키는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가 독도를 울도군 관할에 둔 것도, 그 섬에 사람들의 삶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부가 바다에 나가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가족이 저녁 밥상에 둘러앉는 평범한 하루. 울릉도에 사람이 산다는 사실이 곧 동해를 지키는 힘이다. 독도는 그 삶에서 떨어진 외로운 바위가 아니라, 울릉도 사람들이 대대로 드나들며 생계를 이어온 바다의 한 자락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독도를 어떻게 건넬 것인가.

독도의 달 10월, 아이들은 사이버독도학교에서 10초짜리 영상으로 독도를 이야기했다. 독도새우 한 마리를 두고 아이가 묻는다. "얘는 어디서 살아? 바다가 따뜻해지면 어떻게 돼?" 인공지능과 해양관측자료가 그 질문의 길잡이가 되어 준다면, 독도는 외워야 할 지명이 아니라 궁금한 것이 가득한 바다가 된다. 새우 한 마리에서 동해의 해류와 기후변화까지 이어진다. 명이나물을 뜯는 할머니의 손과 독도새우를 잡는 어부의 하루를 디지털 이야기로 엮어 보는 것도 좋겠다. 아이는 음식 한 접시에서 자연과 사람을 함께 만날 것이다.

독도교육이 반드시 엄숙할 필요는 없다. 부모와 아이가 울릉도 밥상 영상을 함께 보며 그런 질문을 주고받는 저녁이면 충분하다. 알고 싶어 찾아보고, 알게 되어 좋아하고, 좋아하게 되어 지키고 싶어지는 마음. 누가 시켜서 외치는 사랑보다 그 마음이 더 오래간다.

최불암 선생은 울릉도 편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울릉도에 산다는 것, 그곳에서라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매일매일이 눈부신 봄날입니다. 울릉도를 생각하면 마음 한 곳이 아련해집니다. 오랜 세월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주어 고맙고 그리운,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 같은 것 같아요."

뭍에서 멀어 쉽게 닿을 수 없는 섬, 그런데도 바다 건너에서 제 것이라 우기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섬. 그 아련함과 고마움 속에서 나는 울릉도와 독도를 향한 그의 마음을 읽는다.

이제 그 밥상은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던 섬과 바다,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서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언젠가 울릉도를 찾은 아이가 독도새우 한 접시 앞에서 그 바다와 사람들을 떠올린다면,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독도교육일 것이다.

밥상을 지키는 사람이 섬을 지키고, 섬을 지키는 사람이 독도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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