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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은 필버, 예산은 삭감…여야 ‘전면전’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11/08 16:21 수정 2026.11.08 16:21
162조 미래기금 최대 뇌관

여야의 입법 대치가 다시 격화하는 가운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까지 본격화하면서 국회가 전면적인 정국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작기소 특별검사법안 처리에 이어 민주유공자법 등 쟁점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한 저지 방침을 세우면서다.

여기에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까지 맞물리면서 정기국회가 입법과 예산을 둘러싼 힘겨루기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이 정부 예산안 27조원 이상 삭감을 예고한 반면 민주당은 민생과 미래 투자 예산을 지키고 추가 증액까지 추진하고 있어 예산소위 심사가 시작되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충돌이 예상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오는 12일과 19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법과 주택공급활성화 3법, 방송 관련 법안 등의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상을 통해 필리버스터 없는 법안 처리를 우선 모색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유공자법을 둘러싼 양당의 견해차가 여전해 본회의에서 다시 무제한 토론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의견을 일부 반영해 법 적용 대상과 지원 혜택을 축소한 만큼 법안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유공자 인정 기준이 모호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여야 대치의 변수다.

민주당은 당초 국정조사 요구안 처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추가 의견 수렴을 이유로 일정을 조정한 상태다.

입법 대치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예산 전선에서도 여야의 강경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종합정책질의에 이어 부처별 예산 심사에 착수한다.

오는 9~10일 경제 부처, 11~12일 비경제 부처 심사를 진행한 뒤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예산 심사의 최대 쟁점은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본예산과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민생 안정, 불평등·양극화 완화를 위한 재정 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사람과 인프라 투자, 지방 재정 지원, 민생경제, 국민 안전 관련 예산을 중심으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추가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향후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래 선점 재원이라는 점을 들어 원안 사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다음 달 2일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불요불급한 100대 문제 사업을 중심으로 27조원 이상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사회와 각종 위원회 사업, 협동조합 지원, 청와대 및 수사기관 특수활동비 등이 주요 감액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청년과 국민 안전, 민생 및 일자리 관련 예산은 약 11조5000억원 증액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추가 세수를 기금으로 적립하기보다 국가채무와 국채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정부의 확장 재정을 비판하며 "선심성·전시성 확장 재정과 기금의 꼼수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여야의 입장차가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이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국회 의결 없이 기금 주요 지출 금액의 최대 30%까지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회의 재정 통제권을 약화하고 정부의 재량을 과도하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국회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지출 변경 한도를 정부안의 30%에서 2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히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는 문제는 대구·경북(TK) 등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지방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로서는 기금 운용 방식에 따라 지방 재정 여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과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약화 등으로 재정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의 재정 운용 방식이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가 미래대응기금의 필요성 자체뿐 아니라 재원 배분과 운용 권한, 국회 통제 문제까지 놓고 대립하면서 예산 심사 막판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정기국회가 단순한 법안 처리와 예산 조정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야당의 견제 능력이 정면으로 맞붙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법을 둘러싼 필리버스터 대결과 예산을 둘러싼 삭감·증액 공방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여야의 협상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결국, 오는 16일 예산소위 가동과 12일, 19일 본회의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야가 쟁점 법안과 예산안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정기국회 후반부까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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