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3일 여의도에서 각기 다른 정치적 의제를 내걸고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다.
특히 오 시장과 한 의원의 행사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고, 10여명은 양쪽 행사에 중복 참석하는 등 당내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2028년 총선을 1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차기 당권과 공천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조기에 불붙는 양상이다.
이날 여의도 정치권의 시선은 오 시장과 한 의원의 행사장에 집중됐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서울시당과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보수 대통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처음 국회를 찾은 오 시장의 행사에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38명이 참석했다.
오 시장은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고 함께 힘 합치지 못할 사람 없다"며 "한 의원을 비롯해 우리 당의 누구라도 찾아뵙고 고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내 비주류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보수 진영의 외연 확장을 통해 차기 정치 구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정당개혁과 상향식 공천을 앞세웠다.
김기현·윤상현 의원과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당권을 쥔 세력에 따라 공천 결과가 좌우되는 구조를 비판하며 상향식 공천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이는 2028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불이익을 우려하는 당내 중진과 현역 의원들에게 보내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독점하는 구조를 바꾸겠다는 명분으로 당내 세력 확장을 꾀하는 셈이다.
장 대표는 민생 예산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향을 직접 발표하고 민생 관련 예산 증액 방침을 밝히면서 대여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민생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오 시장 행사에는 참석했지만 한 의원의 복당 문제에는 여전히 냉랭한 태도를 유지했다.
장 대표는 보수 통합과 관련해 "통합과 연대를 통해 오히려 갈등이 커지는 것은 본질과 어긋난다"고 밝혔다.
세 사람의 행보는 각각 당권 수성, 보수 외연 확장, 당내 개혁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을 보여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차기 총선과 이후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경쟁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TK 정치권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날 오 시장 행사에는 김석기·이만희·김정재·권영진·이달희 의원 등이 참석했고, 한 의원 행사에도 김석기·이만희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일부 의원은 여러 행사장을 오가며 특정 계파에 대한 정치적 선택을 유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TK는 국민의힘의 전통적인 핵심 지지 기반이자 당내 주요 정치 세력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지역이다.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지역 의원들의 선택은 당내 역학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역 의원들에게는 당권 경쟁 못지않게 2028년 총선 공천이 현실적인 문제다.
당 지도부와의 관계, 차기 주자들과의 정치적 연대, 지역 민심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섣불리 한쪽에 무게를 싣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TK 의원들이 특정 주자에 대한 공개 지지보다는 여러 세력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관망 전략을 취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당권 경쟁이 가시화하고 공천 문제가 전면에 등장하면 지금의 중립적 행보도 더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이날 여의도에서 펼쳐진 장·오·한의 각축전은 단순한 행사 경쟁을 넘어 국민의힘 권력 재편의 예고편이라는 평가다. 보수의 심장 TK 정치권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차기 당권 경쟁의 무게추도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