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을 정조준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일시적 세수 증가를 재원으로 대규모 현금성 지출과 기금 운용을 확대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재정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국가채무 증가 규모와 45조원대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 국회의 예산 통제권 약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3일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일시적 세수에 기대 빚으로 현금을 푸는 예산안은 민생을 향한 선전포고"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예산 시정연설을 "'모두의 성장'이라는 탈을 쓴 미래 약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래대응기금의 내년 지출 45조4천억원 가운데 34%인 15조5천억원이 현금성 복지에 투입된다며 "생색내기 현금 대신 골목경제를 지키는 예산부터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채무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내년 국가채무가 106조원 넘게 증가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고채 222조8천억원 가운데 절반이 고스란히 새 빚인데도 이 대통령은 빚이 거의 늘지 않는다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을 속이며 내민 예산안에 결코 도장을 찍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당내 중진과 보수 진영 인사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3선 성일종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국채는 더 늘리면서 163조원을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미래대응기금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미래대응기금을 일반회계가 아닌 기금으로 조성한 점을 문제 삼으며 "쌈짓돈을 만들어놓으면 국회의 통제·감시·견제가 약해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를 지속 가능한 재정 여력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재주는 반도체가 부리고 돈은 이 서방이 챙기는 꼴"이라며 정부의 재정 운용과 국가채무 설명을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예산안 심사가 단순한 세부 사업 조정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재정 철학과 국정 운영 능력을 둘러싼 여야 간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은 12월 2일 법정 처리 시한을 목표로 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과 미래대응기금의 투명성, 현금성 복지 지출의 적정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예산안 정국의 핵심은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재정 투자인가,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빚잔치인가'로 압축된다.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에 앞서 정부의 재정 추계와 기금 운용의 실효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지, 여당이 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연말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