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변’(사람)‘분’(짐승) 따위로 에둘러 표현하는 배설물의 직설적 명칭인 ‘똥’이 당당히 양지로 올라섰다.
세태의 거울 격인 유머들은 이미 똥으로 가득 찼다. 똥나라 아이들의 최고 놀이는 똥딱지, 똥나라 무덤은 화장실, 똥나라 개짖는 소리는 똥구∼멍, 똥나라 쥐는 뿌지쥐, 똥나라 왕비는 변비, 똥나라 새는 똥냄새, 똥나라 뱀은 설사, 똥나라 냇물은 똥구린내, 이 냇물이 모여 이룬 강은 요강, 방귀를 세 글자로 말하면 똥트림…. 똥을 들먹여도 유쾌할 수 있다는 역설을 확인하는 우스갯소리들이다.
똥나라의 사형제도는 똥침이다. 똥에서 파생한 똥침도 나름대로 유머를 낳았다.
‘깊을수록 아픕니다, 예고없이 아파옵니다, 아픔이 오래갑니다, 구경하는 사람은 아플수록 재밌습니다, 면역이 생기지 않습니다, 안 당해본 사람은 모릅니다’(사랑과 똥침의 공통점) 등이다.
일부 젊은층은 똥을 아예 액세서리로 삼기도 했다. 아기·동물·만화주인공 등의 엉덩이를 누르면 찰진 똥이 나오는 열쇠고리, 색깔·모양·크기에 이르기까지 냄새만 빼고는 실물과 똑같은 똥도 포장돼 팔렸다.
똥 전시회도 성황이었다.과천 서울랜드는 사자, 코끼리, 반달곰, 기린, 하마 등 야생동물의 똥을 말리고 굳혀 악취를 제거해 관람시켰다. 섬마을 어린이와 함께하는 공연예술제 작품명에도‘강아지똥’‘똥벼락’같은 똥이 들어 있었다.
이처럼 똥, 똥 하는 와중에 똥이 병을 부르기도 했다.‘똥나라 에이즈’로 통하는 치핵(치질)에 시달리는 한국인이 흔하기만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식생활이 서구화하고 생활수준이 향상된 탓이다. 눈길만 돌리면 곳곳에 ‘똥나라 대문’(항문) 전문병원이다.
이상, 21세기 초 상황이다. 한동안 뜸하다 싶더니 똥이 또 정색을 하고 출현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 지난 23일‘똥 나와라 똥똥’ 전시회를 개막했다. 옛 똥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돌고 도는 우리 똥’의 순환적 가치가 주제다. 똥의 생성과정과 종류, 다양한 동물 똥 속에 숨은 비밀, 똥에 담긴 지혜와 가치, 똥의 순환과 생태, 똥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로 꾸몄다.
영리하다. 낯을 가리는 아이에게 접근하는 어른 중에는 일부러 똥이나 방귀 얘기를 건네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애가 경계심을 풀고 동지애에서 비롯된 공감의 웃음을 짓는다는 것을 경험법칙으로 터극한 남녀들이다. 주효할뿐더러 타당하다.
EBS‘방귀대장 뿡뿡이’가 9년째 살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으로도 설명 가능한 현상이다. 미취학 아동은 성격발달의 두번째 단계인 항문기를 겪고 있다. 항문이 성적 즐거움을 주는 원천이 되는 연령대다.
이 시기 유아는 배설기관에 의한 쾌감에 경도된 채 배설과정에 독특한 관심을 품는다. 이 기간 부모의 배변훈련에 대한 유아 반응은 이후 성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항문기에 고착하면 고집불통, 구두쇠, 수집벽 등이 될 수 있다.
역시 프로이트의 성기기를 지난 성인이 똥을 갖고 희학질이나 일삼는다면, 동심을 잃지 않은 게 아니다.
나잇값 못하는 측은한 부적응자일 따름이다. 쾌식만큼 중차대한 쾌변을 실천하며 몸생각을 하는 게 맞다.
단, 미신은 타파해야 마땅하다. 천하의 허준이 지은‘동의보감’에 따르면, 닭똥은 관절염에 아주 좋다. 정신병자에게는 똥이 특효다. 오골계 수컷의 똥은 당뇨, 암컷 똥은 중풍에 효험이 높다. 1610년(광해군 2) 시절의 소리이므로 ‘절대 따라하지 마시오’일 터이다.
현대의학은 배변 횟수가 하루 세 번이든, 1주에 세 번이든 정상으로 본다. 똥의 양과 횟수가 몹시 적어 하루에 35g 이하를 누거나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본다면 변비다.
반대로 하루 300g, 네 번 이상은 설사로 분류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똥의 양과 횟수가 적다. 황금색 똥이 좋다는 설도 있으나 근거는 없다. 똥색은 매우 다채롭다. 음식물이나 약물의 영향이 크므로 건강한 똥색깔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