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국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진다. 같은 제도와 절차라도 그것을 마주하는 국민의 상황과 필요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행정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정해진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생각하는 적극행정’이다. 행정의 현장에서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그 제도가 실제 국민의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적용되는지를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정해진 기준을 바탕으로 업무..
선은 지도 위에 그어진다. 확인은 지도 밖에서 이루어진다.9월 21일 아침이었다. 파주와 연천 사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이 수색로를 내고 있었다. 몇 해째 수풀이 쌓인 미개척 지대였다. 지뢰탐지기를 들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폭발이 있었다. 공병 요원이 쓰러졌다. 수색대대장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두 번째 폭발이 거기서 일어났다. 그는 발목을 잃었다. 부사관 두 명도 다쳤다.9월 29일 국회에서 국방부 장관이 답했다. 북한군 지뢰가 확실하다고 했다. 물에 떠내려온 것이 아니라 묻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경선 요새..
“아무리 교육청이 시키는 일이라지만, 법대로 투표해서 뽑은 결과를 왜 다시 소명하라는 겁니까?”몇 달 전, 도내 한 학교의 조합원으로부터 현장의 고충을 전해 들었다. 이 학교는 지역위원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고, 교육청에 ‘무기명 투표로 선출됐다’고 보고했지만 구체적인 사유를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발단은 올해 개정된 「경상북도립학교운영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제8조제2항이다. 이 조항은 “운영위원장은 가급적 학부모위원 중 선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학부모의 참여 기회 확대와 역할 증대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군복을 벗고 사회라는 망망대해로 나서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 막막함과 두려움을 마주한다. 나 역시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군 부사관으로서 잠수함의 좁고 깊은 심해를 견뎠고, 소말리아 파병의 긴박한 전장과 순항훈련을 통한 다국가를 방문하는 과정의 역경과 고난, 그리고 전역 후 해양경찰 함정의 거친 파도와 함께 또 다시 바다에서 근무를 맞이했다. 청춘의 전부를 조국 수호에 바쳤기에, 전역 후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의 낯섦과 중압감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깊이 공감한다.최근 드론, 첨단 모빌리티, 신기술 미래 산업 등 장래 ..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는 가을철은 농촌 들녘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수확기(9월~11월)에는 농기계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안타까운 사고 또한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경운기, 트랙터, 콤바인 등 대형 농기계는 안전장치가 적어 사고 발생 시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큽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3가지 핵심 안전수칙을 안내합니다.▲ 작업 전 점검 및 적절한 복장 착용 : 가동 전 제동·등화장치를 반드시 점검하고, 말려듦 사고를 막기 위해 몸에 딱 맞는 작업복과 미끄럼 방지화..
독도를 묻지 말았어야 했다.2007년 가을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의 작은 강당에서 나는 그 질문을 했다. 접이의자 스무 개 남짓이 놓였고, 창밖에는 비가 왔다. 한인 2세 청년들 앞에서 특강을 했다. 슬라이드를 스무 장 넘게 준비해 갔다. 1905년 시마네현 고시, 1900년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옛 지도 몇 장이 거기 들어 있었다. 그날 내가 하려던 말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강의가 끝날 무렵 한 청년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여기서 우리끼리 서로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모른다고 했다.“바나나요.” 껍질은 노랗고 속..
화투(花鬪) 팔월 공산의 달은 억새 덮인 빈 산 위에 떠 있다. 마흔여덟 장 가운데 달이 그려진 패는 그것 하나다. 우리는 그 패를 공산명월(空山明月)이라 불렀다. 추석 밤이면 그 달이 안방 모포 위로 내려왔다. 하늘에 하나, 바닥에 하나였다.차례(茶禮)를 물린 상이 윗목으로 밀려났다. 부엌에서는 전(煎) 냄새가 아직 빠지지 않았다. 큰아버지가 패를 섞었다. 손가락 마디가 굵었다. 패가 모포에 떨어질 때마다 짝 소리가 났다. 작은아버지는 십 원짜리를 쌓았다. 동전이 탑처럼 올라갔다가 무너졌다. 어머니는 송편 쟁반을 밀어 넣고 한 ..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피해의 크기까지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무엇을 준비하고, 그것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화재 초기 우리 곁에서 가장 먼저 역할을 하는 것은 소화기와 감지기 같은 소방용품이다. 공동주택과 각종 시설에는 소방호스와 완강기 등도 설치돼 있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불길을 막고, 화재 사실을 알리고, 피난할 시간을 벌어주는 장비들이다.문제는 우리가 소방용품을 ‘설치하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만, ‘관리하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다는 데 있다.집 한쪽..
2005년 가을, 나는 미국 워싱턴대학 방문학자로 시애틀에 머물고 있었다.늦가을의 시애틀은 짧고 차가웠다. 빗줄기가 잦아드는 저녁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식탁에 앉았다. 특별한 의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밥을 먹었다. 그러나 밥상은 언제나 이야기를 낳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아이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불쑥 물었다.“아빠, 독도가 왜 우리 땅이야?”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잠시 숟가락을 멈추었다. 국제법 강의실에서 수백 번 설명했던 것을 정작 내 아이 앞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한순간 아득해졌기 때문이다..
추석 명절은 가족과 친지가 한자리에 모이는 반가운 시간입니다. 하지만 명절 음식을 준비하며 화기 사용이 늘고 전기·가스 사용이 집중되는 만큼, 화재 예방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주택화재는 화재를 얼마나 빨리 인지하고 대피하느냐가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주택화재로부터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안전장치가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입니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합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 발생 시 연기를 감지해 경보음을 울려 신속..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에게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예우는 무엇일까? 다양한 보훈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한 제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다면 정책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보훈행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유공자가 일상에서 국가의 예우를 체감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공직 현장에서 국가유공자 관련 업무를 접하다 보면 ‘조금 더 편리하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서류를 반복해서 제출하거나 여러 기관을 찾아가야 하는 불..
1998년 8월 15일, 나는 후지산(富士山) 정상에 서 있었다.광복절이었다. 서른 남짓의 젊은 법학자가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내 안의 애국이란 조잡하고 치졸했다. 식민의 치욕을 갚겠다며 도쿄 신주쿠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들의 영산(靈山)에 올라 정기라도 앗아 오겠다는 허망한 객기였다. 등산로 입구 상점에서 1,000엔을 주고 나무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고향 부산의 금정산조차 숨차하던 풋내기가 해발 3,776미터의 화산재 언덕을 밤새 걸어 오르겠다고 나선 꼴이었다. 무지했기에 사나웠다. ..
8월이 오면 나는 아버지를 생각한다.아버지는 1910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셨다. 그해 8월 29일, 대한제국은 일본에 병합되었다. 나라를 빼앗긴 해에 태어난 셈이다. 아버지는 193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가 험하고 고달픈 일을 하며 돈을 모으셨다. 고향 예천으로 돌아와 그 돈으로 척박한 농지를 조금씩 마련하고, 자식들을 공부시키셨다. 나라를 잃은 시대에 태어나 가해자의 나라에서 돈을 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땅을 사고 자식을 길러낸 삶. 지금 생각해도 가슴 한편이 아득하고 먹먹하다.그 아버지의 아들이 이제 강단을 떠난다.30여..
저출산과 인구감소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북의 많은 지역이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으며, 문경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린아이의 수가 줄어들고 젊은 세대가 지역을 떠나는 현실을 바라보며, 지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119구급업무를 담당하며 현장에서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다 보면 이러한 현실을 더욱 가까이에서 느낀다. 구급차 안에서 만나는 환자 중 어르신이 많은 날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아픈 아이를 안고 다급하게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를 만나는 순간도 있다.그럴 때마다 한 생명을 키우는..
플래시몹의 함성이 거리에 울려 퍼질 때, 나는 늘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낀다. 뜨겁다. 그리고 아슬아슬하다.일본의 역사 왜곡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광장에서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청년들의 함성이 터진다. 기업의 후원도, 독도를 담은 노래도 이어진다. 그 열정이 독도를 우리 일상 속 살아 있는 이름으로 지탱해온 것은 분명하다.또한, 현장에서는 솔직한 반문도 들려온다. 어려운 고문서와 복잡한 국제법을 일반 시민이 어떻게 모두 공부하겠는가. 축제와 노래로 독도를 친근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은가.맞다. 각자의 방..
이른 아침 고된 농사일에 튼 손을 쥐어짜며 들녘으로 나서는 농부의 뒷모습에서, 텅 빈 점포를 지키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소상공인의 지친 눈빛에서, 우리는 이 땅을 지키며 살아가는 군민들의 애환과 진심을 읽는다. 지방소멸이라는 가혹한 현실과 매서운 경제적 난관 속에서도 매일 삶을 일구어내는 군민들이 있기에, 우리 영양은 오늘도 숨 쉬고 움직인다. 그리고 그 고단하지만 숭고한 삶의 자리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 손을 잡아야 하는 곳이 바로 여기다. 지방자치라는 나무가 풍성한 결실을 맺는 까닭은 제도의 화려함 때문이 아니라, 군민의 ..
올여름 유난히 길고 강했던 무더위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하지만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해서 여름철 화재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전기적 요인과 과열, 휴가철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관리 공백 등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 화재 위험요인으로 남아 있다. 여름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 속 작은 위험요인을 미리 살피는 ‘선제적 점검’이 중요하다. 첫째, 에어컨과 실외기 안전관리를 점검해야 한다. 실외기 주변에 쌓인 먼지나 발화 위험 물품을 제..
광복 81주년이다.해마다 이 계절이 오면 우리는 태극기를 걸고, 순국선열을 기억하며, 나라를 되찾은 그날을 기린다. 그러나 솔직히 물어보자. 우리가 되찾은 것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온전히 지켜지고 있는가. 그 물음이 닿는 곳에 독도가 있다.일본 정부는 2026년 방위백서에서도 어김없이 독도를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적었다. 2005년 이후 22년째 되풀이되는 왜곡이다. 한쪽에서는 한국을 중요한 이웃이라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제 땅이라 적는다. 우리는 해마다 같은 항의를 되풀이한다. 그리고 일본은 해마다 같은 왜..
매년 8월 15일이 돌아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국가적 독립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광복절은 대한민국이 주권을 되찾고 현대 국가로 발돋움한 중대한 계기를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로 81주년을 맞이한 광복절은 과거의 수난을 극복한 성취를 기리는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실을 점검하고 미래 지향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거 선조들이 이룩한 토대 위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력과 문화적 역량을 확보했다. 국내 문화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우리나라 국토는 동고서저(東高西低)의 지형적 특성을 지닌다. 특히 낙동강은 비교적 하상경사가 급하고 상류의 지천은 더욱 가파른 하천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산지에서 침식된 토사가 하류에 퇴적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낙동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영남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온 거대한 생명의 축이라 할 수 있다. 낙동강 유역에는 수도권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며 식수와 농업·공업용수 수요도 크다. 이러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중심에는 안동댐과 임하댐이 있다. 두 댐은 영남권의 주요 용수를 저장하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