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터전 피해우려 주장… 시·의회 미온적으로 대처
▲ 영일만신항 노조는 28일 오전 세명기독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영일만신항 노조 분쟁… 조합원 자살기도 영일만신항 노무공급권을 둘러싼 분쟁이 급기야 조합원의 자살기도로 이어지면서 포항시 자치행정의 난맥을 그대로 드러냈다.
영일만신항 노조는 28일 오전 세명기독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조합원 송 모(41)씨가 지난 27일 음독자살을 기도해 현재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며 “10년 세월을 보상해 달라. 자신과 같은 사람이 또 안 생기게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공개했다.
이어“오늘 상황의 책임은 10년의 세월동안 경북항운노조의 바람막이를 자처한 포항시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있다”면서“경북항운노조 눈치 살피기만 급급한 영일만신항주식회사와 하역 물류협회의 한진, 동방 대한통운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자살사태의 원인은 앞서 영일만신항 노조가 주민생계와 관련해 포항시에 민원과 진정을 수차례 제기한데 대해 지난 24일 열린 포항시의회 임시회 간담회에서도 이를 다뤘지만, 포항시와 시의회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며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는 최근‘항만 피해지역 주민 생계대책 약속 이행촉구 진정서’를 포항시에 제출하며 이에 대한 이행을 촉구했고 포항시는 포항시의회 경제산업위 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외 4개 마을 주민들은 항만건설로 인해 자신들의 생계터전에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했으나 포항시가 내세운 주민피해 요구사항과 보상에 대한 약속을 믿고 2005년 항만건설 합의 문건에 승인을 했다.
정장식 전 포항시장의 날인이 찍혀있는 당시 문건인‘현대중공업(주) 포항공장 유치로 인접지역 용한1리(주민피해) 요구사항 추진 협의서’에는 포항시가 ▲환경오염최소화, ▲마을안길확포장, ▲주민생계 유지와 주민 및 자녀취업, ▲기존바닷가 횟집 소득감소 및 해수욕장내 좌판영업 등에 대한 보상, ▲복지회관 건립 및 운영 등을 담고 있다.
주민들은 협의서에 포함된‘주민생계유지와 주민 및 자녀 취업’과 연계해 별도의 항만 근로자공급 사업운영 지원을 받고자 2005년 8월 포항시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지만 시는 이를 반려했다.
이후 주민들은 올 상반기까지 9년 동안 행정소송을 통해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라는 노동조합의 지위와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를 얻어냈지만 항만 근로자 공급사 운영권은 이미 경북항운노조에서 선점을 해버린 상황이 돼버렸다.
이에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는 당시 포항시가 노조설립을 반려하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이 사업허가를 거부하면서 선점권이 경북항운노조에게 뺏겼고 이 같은 분쟁을 키우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일만신항 항운노조는 포항시가 2005년 11월 7일 주민협의서에서 미 이행된 주민 및 주민자녀 취업알선 약속이행과 영일만항 시비지원 100억원 지원 사용처, 영일만항 내 경북항운노조원 철수 중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시 경제노동과는 항만 노무공급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노조 간의 분쟁에 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경제산업위 의원들이 영일만신항의 노동조합 설립을 반려한 이유를 묻자“당시 항만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하역과 관련된 일이 없었다”면서“용한리 주민들이 소속된 업체도 없어 근로자로 보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또 “주민 및 자녀취업 요구사항도 단순 일용직 알선 등으로 미흡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지만 항만 노무권과 관련된 사업은 약속한 바가 없었고 확대해석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하역사 근로공급 교섭권과 관련해서는“한진, 동방, CJ대한통운 등 항만하역업체의 근로공급 교섭권은 한국항만물류협회에 위임되어 있고 경북항운노조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에 위임해 상급단체 간 노사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이들 하역사에서 영일만신항 노조에 대한 교섭을 3번 거부한 것으로 안다”면서“영일만신항 노조 등 소수노조의 교섭권은 무의미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날 간담회에서는 포항시와 포항시의회는 이 문제에 대해서‘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집행부의 방관적인 업무보고와‘슬기롭게 대처해 달라’는 원론적인 주문만 오가면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시민 박모(60·대이동)씨는“포항시가 권한이 없다고 이 문제에 손을 놓을 것이 아니라 분쟁이 격화되지 않도록 포항시민의 중재자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면서“주민들의 생계를 걸고 약속한 만큼 피해지역 주민들의 일자리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고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