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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어머니 곁에서..
사회

어머니 곁에서

운영자 기자 입력 2014/07/28 21:11 수정 2014.07.28 21:11
조태일/시

온갖 것이 남편을 닮은
둘쨋놈이 보고파서
호남선 삼등 열차로
육십 고개 오르듯 숨가쁘게 오셨다.
 아들놈의 출판 기념회 때는
푸짐한 며느리와 나란히 앉아
아직 안 가라앉은 숨소리 끝에다가
방울방울 맺히는 눈물을
내게만 사알짝 사알짝 보이시더니
 타고난 시골 솜씨 한철 만나셨나
산 1번지에 오셔서
이불 빨고 양말 빨고 콧수건 빨고
김치, 동치미, 고추장, 청국장 담그신다.
양념보다 맛있는 사투리로 담그신다.
 - 엄니, 엄니, 내려가실 때는요
 비행기 태워 드릴게.
- 안 탈란다, 안 탈란다, 값도 비싸고
 이북으로 끌고 가면 어쩔게야?
 옆에서 며느리는 웃어쌓지만
나는 허전하여 눈물만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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