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약 380조원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신생아들의 울음소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홍콩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단발성 현금 지원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청년 세대의 주거와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의 합계출산율 2.32명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 국가별 순위는 236개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홍콩(0.75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15년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약 380조원이라는 역대급 재정을 쏟아 부었음에도 출산율이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발표한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를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 2.82명이었으나 빠르게 감소해 1990년에는 1.52명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인구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이후 합계출산율은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약 1.2명대를 유지했다. 이 역시 저출산 현상에 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16년부터 더욱 가파르게 줄어들어 2018년 사상 처음으로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예정처는 저출산의 인구학적 배경으로 평균 초혼 연령 및 출산 연령의 상승, 출생아 수 감소, 혼인율 하락을 꼽았다. 사회·경제적 배경으로는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 장시간 근로 문화, 보육·유아교육 시설의 영향을 저출산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2020년 기준 20~49세 인구 중에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등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정부는 저출산 위기 극복과 고령화 대비를 위해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4차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며, 재정 투입 규모는 국비 기준 2006년 1.0조원에서 지난해 42.9조원으로 확대됐다.
예정처는 "2006년부터 15년 이상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이 오히려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책 구성과 대상별 재원 배분 등 구체적인 정책 내용의 적절성과 합목적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녀의 출생 및 양육 환경과 상관없이 양육과 발달, 성장에 필요한 지원을 형평성 있게 제공받을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을 이유로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