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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검증문턱·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정치

“검증문턱·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운영자 기자 입력 2014/06/26 19:23 수정 2014.06.26 19:23
朴대통령, 정 총리 유임 왜?
▲ 정홍원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을 결정했다.     © 운영자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정홍원 현 국무총리를 전격 유임키로 한 것은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을 만한 인물을 현실적으로 조기에 찾기 어려운 마당에 더 이상 국정공백의 장기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상실한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개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연이어 2명의 총리 후보자가 자질논란으로 낙마하는 바람에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대통령께서는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심 끝에 오늘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새 총리 인선의 기준을‘개혁성’과‘도덕성’에 두고 후보자 물색에 공을 들여왔다. 그렇지만 적잖은 인사들이 검증문턱에 걸려 탈락되거나 본인이 손사래를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가 높아진 국민 눈높이와 혹독한 인사검증에 곤혹을 치른 끝에 물러난 뒤에는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가 특히 많아졌다고 한다.
윤 수석은“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당사자가 반론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문제나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한 심적 괴로움 등이 있다보니 많은 분들을 놓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좋으신 분은 많았지만 고사하신 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문 전 후보자가 낙마한 지난 24일 박 대통령이“앞으로는 부디 청문회에서 잘못 알려진 사안들에 대해서는 소명의 기회를 줘 개인과 가족이 불명예와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며 안타까움을 밝힌 것도 현 인사청문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박 대통령은 결국 사의표명을 한 총리를 유임시키는 헌정사상 초유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이 밝힌 정 총리 유임 결단의 취지도‘국정공백 해소’와‘국정운영의 효율화’다.
총리 인선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할 경우 국회 인준 절차와 장관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할 때 2기 내각이 온전히 모습을 갖추기까지 아무리 빨라도 한 달 가량 소요된다는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다.
비록 세번째 총리 후보자 지명을 포기하더라도 정 총리를 유임시켜 세월호 정국을 극복하고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을 신속히 정상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2기 내각의‘인사청문 정국’을 앞두고 유례없는 국정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군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고민을 잘 알고 있는 정 총리도 박 대통령의 유임 요청을 몇 차례 고사하다가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미니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내놓는다. 선거 이후로 총리 인선을 미루면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고 반대로 선거 전에 서둘러 인선을 마치자니 부실 검증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전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회동에서 모종의 결단이 내려진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됐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정 총리를 다시 유임시킨 결정으로 박 대통령이 맞닥뜨릴 비판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국회 인사청문 문턱을 넘어설 만한 인물을 찾지 못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인재풀이 좁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27일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60일이 흐르기까지‘인사참극’만 재현하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와 관련,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정부가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질 수 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총리의 유임 결정을 미봉책이라고 표현하면서“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총리 한분 추천할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권이란 것을 자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7·30 재보선을 앞두고 인사청문회를 하면 또 국정운영의 치부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 것”이라며“세월호 이후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거짓이었냐”고 꼬집었다.                서울 최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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