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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어느 푸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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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어느 푸른 저녁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8/25 17:04 수정 2022.08.25 17:06

저녁 무렵 우리가 찾은 곳은 계원 마을. 처서가 지난 바다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저녁의 빈 놀이터 같다. 석양이 사라지고 어둠의 색이 바다에 내리기 시작한다. 마을에 간간이 따뜻한 불빛이 켜졌다. 바다를 마주하고 쳐진 그늘막 텐트 하나가 보인다. 튜브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려 떼를 쓰는 아이와 말리는 부모의 목소리가 들린다. 라면 끓이는 냄새가 후각을 건드리고, 시선은 그들의 실루엣을 쫓는다. 금세 아이와 어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선뜻 바다 쪽으로 가지 못하고 섰다. 그들 가족의 요새를 침범하게 되는 것 같아서다. 멀찌감치에서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렌즈를 통과한 어슴푸레는 푸른빛이 되었다. 사각의 테두리 안에 청금석 가루라도 뿌려진 듯 신비로운 빛이 돈다.
그 푸른 저녁의 바닷가에 나와 동행한 그녀가 서 있다. 사진을 찍자 하니 어색한 포즈를 취한다. 좀 더 웃어 보라며 내가 요구했다. 환하게 웃는 표정이 안 된다며 그녀가 말한다. 마음 한 모퉁이에 남아있는 여섯 살 자기 모습이 너무 가엾다고. 우울감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우울했던 꼬맹이가 아직 있다고. 유년의 어느 날에 쬐었던 담벼락의 햇살에, 그렇게 환하고 따뜻한 세상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그때의 느낌이 기억날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단다. 유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한 아이는 상처를 안은 채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친정엄마가 더 원망스러웠다며 그녀는 군청색 원피스 자락을 만지작거린다.
그런 그녀가 친정엄마의 고향을 찾아 나선 것이다. 친정엄마의 ‘그때 나는…’을 듣고 싶은 마음일까. 그녀에게 ‘나의 엄마’를 알아가는 과정일 런지도. 그녀는 조만간 엄마를 모시고 다시 찾아올 거라 말한다. 그때의 상황을 아직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마니까’를 말하며 앞서 걷는다. 무심한 듯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그녀가 엄마와 다시 찾을 계원의 바다에 따스하고 풍성했던 그날의 햇살이 내리길. 그 안에 여섯 살 꼬맹이를 햇살보다 더 따스함으로 안아줄 엄마의 손길이 닿기를.
어둠이 짙어지고 그늘막 텐트도 거두어졌다. 원망의 감정은 어느 지점을 통과해야 말간 빛의 마음이 될까. 우리마저 떠나자 그곳은 완전한 바다의 공간이 되었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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