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왕 이정은(24)의 감동스토리가 화제다.
LPGA 투어는 2일(한국시간) 홈페이지 이정은의 인생에 관해 서술한 ‘아직 남은 나의 길(MY ROAD LESS TRAVELED)’이라는 수필을 실었다.
이정은 “나는 9살에 골프를 시작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트럭 운전을 하셨고 내가 4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장애를 입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어렸던 나는 아버지가 결정한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당시 아버지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을 수도 있었고 인생을 포기하셨을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정은 아버지 이정호 씨는 직접 장애인용 승합차를 운전하며 이정은이 국내에서 활약할 때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 또 장애인 탁구 선수로도 활약했다.
12살 때 골프채를 내려놨던 이정은은 “떠밀려 배우는 기분이었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3년간 골프를 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살 때 티칭 프로가 되려고 골프를 다시 시작했고 17살에 서울의 유명 감독님이 골프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오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휠체어에 계신 아버지로부터 떨어지기 싫었고 두려웠지만 가기로 결심했고, 그게 나의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후 이정은은 티칭 프로가 아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6번째로 이정은이란 이름을 가진 선수가 됐다.
이정은은 “KLPGA 투어 2년 차 때 4번 우승을 했고 상금왕이 됐다. 그리고 그해 미국에서 열린 US여자오픈에 참가해 메이저 대회를 경험했다”고 회상했다.
처음 참가한 US여자오픈에서 5위를 차지한 이정은은 “한국에 머물면서 우승하고 익숙한 사람, 문화, 언어 속에서 가족과 함께 편하게 살지, 아니면 세계 최고 무대에 가기 위해 LPGA 퀼리파잉 스쿨에 도전할지 결정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선택의 길에서 도전을 택한 이정은은 2019년 LPGA 진출에 성공했다.
그는 “그때 어려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LPGA에서 US오픈 우승과 신인왕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뒤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혔던 이정은은 “영어를 잘 못 해서 신인상 수상 연설을 3개월 동안 연습했다”면서 “연설 후 받은 박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정은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쉽거나 편하진 않았지만 가치 있는 길은 늘 그렇다. 이제 24살밖에 되지 않은 내가 오래전에 배운 교훈”이라며 글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