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길안면 목계리 주민들이 수개월 전부터 제기했던 침수 우려가 장마와 함께 현실이 됐다.
주민들은 산불 이재민 임시주택 부지 조성을 위한 성토공사 이후 마을보다 높은 지형이 형성됐지만 이에 걸맞은 배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택과 농경지 침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안동시와 관계기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7일 내린 비는 장시간 이어진 집중호우가 아니었지만 일부 주택은 장판 아래까지 물이 스며들었고 농경지에도 빗물이 고이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현장을 확인한 결과 장판 아래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벽면에는 습기가 남아 있었다. 고추와 참깨, 땅콩 등을 재배하는 농경지 역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주민들은 이러한 피해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 A씨는 "공사가 끝난 뒤부터 비만 오면 물이 빠지지 않는다고 수차례 이야기했고, 조금만 더 비가 오면 집이 잠길 것이라고 여러 번 알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번 비도 오래 내린 것이 아니었는데 집 안까지 물이 들어왔다"며 "한 시간 정도만 더 내렸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특히 성토공사로 임시주택 부지의 지반이 기존 마을보다 약 2m 이상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배수시설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빗물이 낮은 마을과 농경지로 집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높은 곳으로 성토를 했으면 그만큼 배수시설도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물이 낮은 곳으로 모이는 것은 당연한데 정작 가장 중요한 배수 대책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피해 발생 이후에도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관계기관을 찾아 피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응급조치 외에는 구체적인 개선 계획이나 피해 보상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장마는 이제 시작"이라며 "이 상태로 집중호우가 이어지면 피해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사회에서도 공익사업이라 하더라도 기존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활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면 사업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원인 조사와 배수시설 보완"이라며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안동시와 관계기관이 현장을 다시 조사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