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그동안 추진된 대규모 사업과 국·도비 공모사업의 적정성은 물론 전임 시정의 재정 운용을 둘러싼 책임론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포항시는 24일 언론브리핑을 통해 “자체 세입은 정체·감소하는 반면 법정·의무적 지출은 계속 증가해 자체 재원만으로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이라며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화했다.
실제 포항시 예산은 2022년 2조5천342억원에서 올해 3조880억원으로 2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복지예산은 7천653억원에서 1조629억원으로 38.9%나 늘었다.
반면 재정자립도는 27.0%에서 19.99%로 떨어졌고, 자체 세입 역시 6천23억원에서 5천432억원으로 감소했다.
재정 부담을 보여주는 지방채 잔액도 2019년 말 679억원에서 2022년 말 1천800억원, 지난해 말 2천898억원까지 치솟았다.
포항시가 ‘재정 비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배경이다.
시는 특히 국·도비 확보를 명분으로 추진한 각종 공모사업이 오히려 시비 부담을 키웠고, 대규모 투자사업과 각종 편의시설 확충에 따른 운영비·유지관리비가 누적되면서 재정 압박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일반운영비와 여비,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를 10% 의무 절감하고 대규모 투자사업의 재원 편성 시기도 조정하기로 했다.
또 매년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요불급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 재정 비상이 단순한 ‘허리띠 졸라매기’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항 정치권에서는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도비를 따오는 것 자체를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국비나 도비가 지원되더라도 결국 시비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사업이라면 장기적인 재정 부담까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정 위기의 원인을 과거 시정에만 돌리는 것도, 반대로 구조조정의 책임을 현 시정에만 떠넘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시민들에게 사업별 재정 부담과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형 사업 일변도’의 시정 운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항은 철강산업 경기 변동과 지방세수 여건에 민감한 도시인 만큼 포스코와 철강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미래산업을 육성하고, 동시에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선 9기 포항시정의 첫 시험대가 결국 ‘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채 감축 로드맵 마련 △대규모 계속사업 전수조사 △공모사업의 시비 부담 검증 강화 △시설물 운영·유지관리비 공개 △중복·유사사업 통폐합 △국·도비 확보사업의 사후 재정 영향평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지방채 2천898억원을 어느 시점까지, 어떤 방식으로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재관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은 “빚은 줄이고 필요한 곳에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재정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무엇을 줄일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정 위기를 초래한 사업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사업을 살리고 어떤 사업을 중단·축소할 것인지, 그리고 재정 정상화에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부담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선 9기 포항시가 출범과 동시에 받아든 숙제는 화려한 개발 공약이 아니라 ‘재정 정상화’라는 냉혹한 현실이다.
‘더 많이 하는 시정’에서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는 시정’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민선 9기 포항시의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