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전쟁후 ‘최악의 날’
베이루트·시론 ‘엑소더스’
피란길 차량 행렬 23일(현지시각) 레바논 시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남부 마을을 빠져 나가려는 차량이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을 대대적으로 폭격해 2006년 이후 지상전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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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23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을 폭격해 사망자가 어린이와 여성 90여명을 포함한 490명을 넘어섰다고 레바논 당국이 발표했다.
이는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최악의 사망자 수를 기록한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이 날 헤즈볼라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확대를 앞두고 레바논 남부와 동부의 국경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이 때문에 레바논 남부에서 수 천 명의 주민들이 급히 피난에 나서면서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빠져 나가는 가장 큰 도로는 수도 베이루트를 향해 이동하는 차량들이 몰려 교통지옥을 만들었다. 이는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 이후로 최대의 "엑소더스"인 셈이다.
레바논 보건부의 최신 업데이트 통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사망자는 492명에 달했고 이 중 어린이가 35명 여성들이 58명 포함되어 있었다. 부상자는 1645명에 달해 23일 하루의 사상자 수가 지난 주에 있었던 이스라엘의 호출기 무전기 등 개인 통신장비 폭파 공격에 이어 거의 신기록을 겨루고 있는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는 미리 녹음된 메시지를 통해 레바논의 민간인들에게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에 주의해서 따르라며 "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지금 당장 위험 지역에서 벗어나 달라. 일단 우리 (공격)작전이 완료되면, 여러분은 그 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23일의 전국적인 광범위한 폭격으로 헤즈볼라가 심한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작전이 끝나는 시한이 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필요할 경우엔 이스라엘군이 곧 레바논 국내 침공을 위한 지상 작전을 시작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쟁을 원하는 게 아니다. 우리에 대한 위협을 줄이려는 것 뿐이다. 그 임무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내로 발사한 로켓포탄이 지난 해 10월 이후 무려 9000발에 달하며 23일 하루에만도 250발이나 된다며 "레바논 남부를 전쟁터로 만든 것은 바로 헤즈볼라다"라고 기자회견에서 강조했다.
23일 이스라엘 전폭기들은 헤즈볼라의 거점 1300곳을 타격해서 순항 미사일들, 단거리 로켓포, 무인기 등을 대량 파괴했다고 하가리 대변인은 말했다. 그 대부분은 일반 주택가에 숨겨져 있었다며 그는 개인 주택 안에 숨겨진 무기들의 사진까지 내보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