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계권역 진화대원 17명 감축 대상… 갑작스러운 통보와 혼란
의성군은 십수 년간 의성권역과 안계권역으로 나뉘어 산불진화대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의성군 산림과는 돌연 안계권역의 진화대 운영을 종료하고, 의성권역으로 통합하겠다고 통보한다. 이 결정으로 안계권역 진화대원 17명이 감축 대상이 되었으며, 지속적인 활동을 원한다면 의성권역으로 이동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안계권역 진화대원들은 이 같은 갑작스런 결정에 감축 이유를 지역 군의원과 군 관계자에게 문의했지만, 군의원은 알아 보겠다는 말만 전했고,군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감축 지시가 내려왔다"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자와 만난 군 관계자는 "예산문제도 문제였지만 안계권역 진화대원들 사이에 알력 다툼으로 인한 갈등이 있어 이 부분이 감축사유에 어느 정도 작용됐지 않았겠나"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취재 내용은 일방적으로 의성군 산림과에서 주장하는 진화대원 인건비 예산부족 해명과 거리가 멀었다.
▶예산, 실제로 부족했나?...14억 투입된 산불감시 카메라 설치 핑계
군 주장대로 예산 사정을 살펴본 결과, 진화대 감축을 뒷받침할 만한 예산 감소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의성군의 산불진화대 인건비 예산은 9억 889만 원 이였고, 2025년 예산은 9억 1,197만 원으로, 오히려 300여만 원이 늘어났다. 최저시급 인상 등을 고려해도 인원 감축과 예산 부족 해결의 연결성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산불감시카메라 설치에 14억이라는 거액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14대의 감시카메라에 신설 또는 정비 명목의 예산이 집행되었는데, 군 관계자의 말을 빌자면 감시카메라 설치비가 진화대 감축에 한몫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재 내용에 따르면, 산불감시카메라 예산과 진화대 예산은 분리되어 집행되었다.
또 하나의 감축 사유가 '진화대원 간의 알력다툼으로 인한 갈등' 이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안계권 진화대원 일부는 "진화대를 감축시킬만한 갈등은 없었다" 면서 "설령 갈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던가 갈등을 일으킨 진화대원을 징계하는 게 맞지, 진화대 자체를 없앤다는 게 말이 되냐"며 "변명할 걸 변명하라"라고 격앙된 체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예산 부족'은 진화대원 감축의 설득력 있는 사유가 되지 못하며, 구조 조정 혹은 행정 효율화를 빌미로 한 일방적 인력 재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감축된 인원에 비해 절감된 예산 효과는 없이 현장 대응력 약화라는 심각한 상황만 초래했다.
▶지리 익숙치 않아 우왕좌왕… 지역 진화대원의 공백
안계진화대 감축의 문제점은 대형 산불 이전인 올해 1월에 먼저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이미 드러났다. 안계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투입된 의성권역 진화대원들은 안계권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우왕좌왕했고,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결국 지역 이장의 길 안내를 받아서야 진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특히 3월 22일 안계에서 발화되어 번진 대형 산불에서, 안계권 진화대가 유지되었더라면 초기에 불을 막을 수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졌었다. 감축대상 진화대원들은 "우리는 지역 임도와 농로 등 주변 지형을 꿰뚫고 있어, 누구보다 빠르게 진화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며, "이 정도 규모로 번질 산불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소방차와는 다른 장비와 노하우를 갖춘 전문 산불 진화 인력이었으며, 무엇보다 이 지역 주민으로서 강한 책임감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들로,
차량으로 이동하며 방송을 통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감시,예방 효과를 병행했다.
실제 당시 2건의 대형산불 발화가 주민의 경각심 부주의로 인해 시작된 화재라, 감축된 이들 17명의 인원이 전원 투입된 산불감시차량의 예방 방송을 들었더라면 감시카메라와는 전혀 다른 실시간 사전 예방효과는 분명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책임 회피가 낳은 대형 피해...지역 군의원 '남편 로또가게 봐주며 예산 문제는 나몰라'
진화대 감축이 가져온 결과는 단순한 행정 조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산불 피해와 연결되며, 군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예산 부족'이라는 설명은 숫자 앞에서 설득력을 잃었고, 그 결정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군의 대응 또한 "예산 문제는 의장님과 부의장님이 결정하는 문제라 나는 모른다"는 박모 군의원의 나 몰라라식의 무책임한 대응과 맞물려 지역 사회에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더군다나 기자가 박모 군의원을 인터뷰한 날짜는 4월 3일로 군 소속 공무원과 군·도의원등 선출직 공무원이 총동원된 상황에서 산불피해 현황파악과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며 대책마련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운영하는 로또방에서 태연히 로또 판매를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기가 막히게도 군의회사무실에서는 "박의원님은 산불피해상황 파악과 이재민 독려차 피해 현장을 바쁘게 누비고 계신다"라고 전화통화로 대변해 주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더해 의성군수는 진화대원 감축 관련해서 "안계권역 인원만 감축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라고 지역 이장과의 통화에서 밝혔다고 전해지며, 당시 담당과장도 자신이 모든 걸 계획하고 지시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산림과에 문의한 결과 감축관련해서 군수에게 보고되고 결제받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해 줬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도 의성군은 이번 진화대 감축과 관련해 제대로 된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어떤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대형 산불 피해 속 ‘축제 14번’… “군민의 상처 위에 잔치 벌이나”
대형 산불 이후 의성군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종 축제와 콘서트를 강행했다.
의성군은 9월 이후 관내에서만 무려 14차례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차라리 축제비용을 산불피해 주민을 위해 쓰던가 의성산불로 피해 입은 타 지역 주민들에게 지원에 보태라"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의성군 산불피해대책위원회 박기 위원장도 군의회에 “이 시점에 축제를 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항의했지만, 군의장은 “산불 피해 주민도 주민이지만, 소상공인들도 먹고살아야 한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많은 군민들이 참여해야 할 축제 현장은 어떤 취지의 행사인지 가늠하기 어려웠고 다수의 행사장엔 수십 명 남짓한 주민이 행사장을 찾을 뿐 군민의 참여가 저조했을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상인들은 “행사 기간 동안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라고 하소연했다.
▶피해 주민은 회의서 배제 “이해당사자라 참석 불가”...특별법 뒤에 숨은 ‘무책임 행정’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의성군의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피해 주민들의 의견이 행정 결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기 대책위원장은 “의성군수와 대책위원회 간의 공식 소통은 단 한 번뿐이었다”며, 지정 기탁성금 사용 회의 참석 요청도 ‘이해당사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대책위가 추천한 인원들마저 참석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다른 피해 지역(청송·영양·영덕)은 피해주민이 회의에 참여했지만 의성군만 유일하게 피해주민 참여를 막았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또 “같은 조건의 피해를 입었는데 누구는 지원되고, 누구는 제외됐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군 측은 명확한 선정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9월 통과된 ‘대형산불 특별법’ 이후, 의성군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군 차원의 추가 지원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라고 설명한 박 위원장은 “의성군이 특별법을 방패 삼아 자체 지원은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피해 주민들은 행정의 무책임에 두 번 상처받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진화대원의 진심과... 의성 산불이 남긴 것
진화대원 중 한 명은 이렇게 전한다.
“의성군민들에게도 송구하지만, 안동·청송·영덕 등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막지 못해 타 지역 분들께 피해를 끼친 것이 더 미안하고 안타깝다.”라고, 감축된 진화대원이 어떤 잘못을 했길래 저렇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지 모르지만 취재 중 만난 군 관계자들이 기계적으로 언급하는 “그날 바람이 태풍급으로 불어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만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조차 무색하리 만큼, 의성군은 10월 27일부로 안계권역 진화대원 17명을 재편성했다. 의성군 스스로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 인정하는 셈이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이와 동시에 각 면 단위로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던 산불 감시초소는 없앴다고 한다.
그 이유가 더욱 기가 막히는 건 겨울철 눈비로 인해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과연 의성군은 무엇을 더 중요한 위치에 둘지 판단조차 서지 않는 것일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한마디 속담만 던져놓고 화를 달래기엔, 잃어버린 소 값이 너무 비싸고, 상처 또한 엄청나게 깊다."라고 산불 피해당사자인 지인은 말한다.
외양간을 고친다지만 그 안엔 있어야 할 소는 없고 여기저기 고쳐지지 않을 구멍만 숭숭 뚫려 있다. 박효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