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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열정의 돛과 지식의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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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열정의 돛과 지식의 닻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8/24 16:37 수정 2026.08.24 16:38
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플래시몹의 함성이 거리에 울려 퍼질 때, 나는 늘 두 가지를 동시에 느낀다.


뜨겁다. 그리고 아슬아슬하다.

일본의 역사 왜곡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광장에서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청년들의 함성이 터진다. 기업의 후원도, 독도를 담은 노래도 이어진다. 그 열정이 독도를 우리 일상 속 살아 있는 이름으로 지탱해온 것은 분명하다.

또한, 현장에서는 솔직한 반문도 들려온다. 어려운 고문서와 복잡한 국제법을 일반 시민이 어떻게 모두 공부하겠는가. 축제와 노래로 독도를 친근하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은가.

맞다. 각자의 방식으로 독도를 알리고 동참하는 일은 값지다.

다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오래 지키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려면,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뜨거운 감정과 문화적 퍼포먼스는 사람의 시선을 모으는 훌륭한 시작이다. 그러나 거센 외풍과 긴 세월을 견디려면 차분하고 단단한 지식의 뼈대가 함께 서야 한다.

우리 아이나 외국인 친구가 천진하게 묻는다고 해보자. “독도가 왜 대한민국 땅이야?” 그들의 앞에서 “원래 한국 땅이니까”, “노래에도 나오잖아”라는 말만 되풀이한다면 깊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사랑은 크지만 설명은 짧은 셈이다. 그 짧음이 때로는 우리 스스로를 궁색하고 쓸쓸하게 만든다.

일본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도쿄 한복판에 영토전시관을 증축하고, 교과서마다 독도를 ‘빼앗긴 다케시마’로 기록하며, 다국어 홍보 영상을 세계 곳곳에 차갑고 집요하게 내보내고 있다. 지치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도발이 있을 때마다 뜨겁게 끓다가 조용히 식는다. 그 뜨거움과 식음의 반복이 우리 독도 운동의 오랜 패턴이었다. 축제가 끝나면 광장은 비워지고, 분노가 식으면 관심도 사그라든다. 열정은 분명 있다. 그러나 열정만으로는 수십 년의 치밀한 왜곡을 당해내기 어렵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어야 한다. 독도는 이미 대한민국이 실효 지배하는 우리 땅이다. 일본의 주장이 아무리 집요해도 그 사실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여론은 다르다. 아는 쪽이 설명하고, 설명하는 쪽이 기억된다. 지금 세계 곳곳의 교과서와 지도에서 독도가 어떻게 표기되는지, 국제기구에서 독도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들여다보면 우리의 과제가 선명해진다. 영토는 지도 위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있다. 그 기억을 어느 쪽이 먼저, 더 넓게, 더 오래 채우는가의 싸움이 지금 조용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므로 독도 사랑은 문화냐 지식이냐를 가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신명 나는 축제와 대중문화, 기업의 따뜻한 후원과 일상 속 시민 참여는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 여기에 사실을 정확히 알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힘을 더하면 된다. 둘은 경쟁하지 않는다. 둘은 서로를 완성한다.

열정의 돛은 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지식의 닻은 거센 풍랑 속에서도 배가 표류하지 않도록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돛만 있고 닻이 없으면 바람이 바뀔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린다. 닻만 있고 돛이 없으면 출항할 수 없다. 독도를 향한 우리의 항해에는 둘 다 필요하다.

광장의 뜨거운 함성이 돛이라면, 역사를 아는 시민의 차분하고 단단한 목소리가 닻이다.

이 두 가지가 하나로 이어지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플래시몹이 끝난 뒤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 옛 지도를 들여다보고, 국제법의 논리를 익히며, 외국인 친구에게 독도를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곳. 독도를 좋아하는 마음이 독도를 아는 힘으로 자라나는 곳. 그 공간을 경북 이 땅에, 국경과 가장 가까운 우리의 생활권 안에 만드는 것이 오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거리의 플래시몹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와 도서관에서 낡은 지도를 들여다보는 조용한 손길이 하나로 이어질 때, 독도는 암기해야 할 시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이어진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독도를 향한 열정의 돛은 이미 올랐다. 이제 그 항해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식의 닻을 내려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태는 따뜻한 관심과 성숙한 지혜,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독도와 함께 걷는 가장 아름다운 동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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