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무소속 한동훈(부산)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에서 연일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복당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 의원의 정치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강한 대구·경북(TK)에서도 한 의원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면서 향후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과 차기 당권 구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한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관련 부정 청탁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후 김 후보자와 브로커 양모 씨 사이의 녹취록과 문자·통화 내용 등을 잇달아 공개하며 대여 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특히 양씨가 김 후보자를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과 청탁 내용을 김 후보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인사청문회의 주요 공격수로 부상했다.
이 같은 한 의원의 활약을 두고 친한계에서는 "사사로운 감정과 당내 셈법을 버리고 여당의 후안무치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 의원의 징계를 취소하고 국민의힘 당적을 회복시켜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청문위원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대구 출신 초선의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의원의 징계를 취소하고 당적을 회복시켜 청문위원으로 참여시키자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러나 당권파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한 의원의 공격력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국민의힘과의 공조보다는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민의힘 한 당권파 의원은 "복당을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당과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야 한다"며 "적절한 선에서 진영을 짜고 연합전선을 펼치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인사청문회는 특정인을 스포트라이트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국민을 위한 것은 특정인을 위한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국민의힘의 유능한 팀플레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대표 역시 앞서 김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한 의원이 강조하는 이른바 '오빠' 관계보다 의혹의 본질과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한 의원의 의혹 제기 자체를 평가절하하기보다는, 한 의원에게 정치적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TK 정치권에서도 한 의원의 최근 행보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대구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의원이 김승원 후보자 문제를 파고들면서 야권의 공격력을 상당 부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효율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복당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또 다른 TK권 인사는 "한동훈 개인의 의정활동과 국민의힘 복당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김승원 후보자 낙마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것과 과거 당내 갈등을 정리하고 당적을 회복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한 의원의 복당을 둘러싸고는 과거 당원게시판 논란과 징계 과정 등 당내 갈등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TK의 한 중진급 정치인은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계파 간 감정싸움이 아니라 정권 견제와 야당으로서의 역할"이라며 "한동훈 의원이든 장동혁 대표든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보다 보수 진영 전체의 경쟁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한계 성향의 TK 정치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동훈 의원이 당 밖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격력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에도 손해"라며 "필요하다면 청문회 등 현안별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의 복당 논란은 단순히 당적 회복 문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의원이 지난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한 데 이어 정기국회에서 대여 공세의 전면에 서면서 향후 국민의힘의 차기 지도체제와 당권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TK는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만큼 한동훈계와 현 지도부 간 갈등이 확대될 경우 지역 정치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한동훈 의원의 복당 여부는 결국 국민의힘이 계파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의 문제"라며 "당장 복당을 결정하기보다는 현안 공조를 통해 신뢰를 회복한 뒤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하튼 한 의원의 의정활동이 계속해서 주목받을수록 국민의힘 내부의 '한동훈 활용론'과 '복당 신중론' 사이의 긴장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