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북 봉화·영덕·의성은 후기고령층 비중과 노년부양비가 높은 반면, 노인의료복지시설과 재가복지서비스 공급여력이 낮은 것으로 분석돼 지역 실정에 맞는 돌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고령인구 지역 격차와 복지 인프라 대응력 진단’ 브리프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고령화 수요 압력은 높은 반면, 노인의료·재가복지 인프라 공급여력은 낮은 ‘긴급 대응형’ 지역이 70곳(30.6%)에 달했다.
긴급 대응형에는 전남 보성·강진·장흥·진도, 경북 봉화·영덕·의성, 강원 정선·영월·평창, 충북 단양 등이 포함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75세 이상 인구 비중인 ‘후기고령집중도’와 노년부양비를 활용해 고령화 수요를 측정하고, 75세 이상 인구 1천명당 노인의료복지시설 정원과 재가복지시설 이용가능인원을 기준으로 공급여력을 산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요와 공급이 각각 전국 평균 이상인지 여부에 따라 긴급 대응형, 집중 관리형, 선제 투자형, 기반 우수형 등 4개 유형으로 분류했다.
긴급 대응형은 네 유형 가운데 후기고령집중도가 46.7%로 가장 높고 노년부양비도 58.3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75세 이상 인구 1천명당 노인의료복지시설 정원은 43.2, 재가서비스 이용가능인원은 22.5로 가장 낮았다.
특히 재가서비스 이용가능인원은 집중 관리형의 45.7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고령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정작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의료·돌봄 서비스 기반은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농산어촌 지역의 경우 인구가 넓게 분산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단순히 시설 정원을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주민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의 이동거리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재가복지시설 이용가능인원 기준 하위 지역에는 강원 정선·평창·영월, 충북 단양, 경북 울릉·봉화 등 산간·인구분산 지역이 포함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들 지역에 대해 이동거리와 종사자 확보 등 지역 여건을 고려한 순회형·이동형 재가서비스 운영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북의 고령화 부담은 전국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브리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1천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2%를 차지했다.
이미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층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노년부양비는 경북이 56.1로 전남(55.8), 전북(55.7)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인구가 55명을 넘어서는 구조다.
노년부양비 중위값 이상인 115개 시군구 가운데 97곳(84.3%)이 도 단위 시·군이었다. 고령화 부담이 대도시보다 농산어촌과 지방 중소도시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같은 고령사회라도 의료·돌봄 인프라의 공급 수준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노인의료복지시설 정원은 75세 이상 인구 1천명당 경기 양주시가 286.8명으로 가장 높은 반면 서울 중구는 6.5명에 그쳐 약 44배의 격차를 보였다.
재가복지시설 역시 산간·인구분산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취약성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에 일률적으로 시설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고령화 속도와 인구구조, 생활권 접근성, 재정 여건 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원은 또 긴급 대응형 지역에 노인의료·재가복지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간 공급만으로 서비스 공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산간·인구분산 지역의 경우 국가와 광역·기초지자체, 사회서비스원 등이 직접 설치·운영하거나 공공위탁, 인력지원 등을 통해 공급 기반을 확보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재가복지시설 이용가능인원이 적은 지역에는 순회형 방문요양이나 이동형 주야간보호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서비스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지원 방식도 지역별 차등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고령화 수요와 공급여력, 지방재정 여건을 함께 반영하는 포괄보조금 방식 등을 검토하되 최소 서비스 수준을 보장하고 재정력이 취약한 지역에는 차등 지원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경로당을 돌봄 서비스의 보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전국 노인여가복지시설 7만1천309개 가운데 경로당이 6만9천687개로 97.7%를 차지하는 만큼, 긴급 대응형 지역에서는 재가서비스 정보 제공과 서비스 연계의 생활권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원은 경로당 활용 방안은 통계 분석에서 직접 도출된 결과가 아닌 보완적 제안인 만큼 법적 근거와 재정지원, 안전관리, 전문인력 배치 등에 대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채정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긴급 대응형이 전체 시군구의 30.6%를 차지한다는 것은 상당수 지역에서 고령화 수요 압력과 인프라 공급여력 간 격차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전국 단위의 획일적 접근보다 지역의 인구구조와 생활권 여건에 따라 노인의료·재가복지 서비스 공급기반과 재정지원, 기존 지역자원 연계 방식을 다르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