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이번 주 잇따라 열리면서 이재명 정부의 2기 국정운영을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이 본격화된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잇따른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면서 이번 ‘청문 슈퍼위크’가 단순한 후보자 검증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지지율과 여권의 정국 주도권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여야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총공세와 철통 방어에 나설 경우, 후보자 개인의 의혹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준과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까지 맞물리면서 민심(民心)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43%로 ‘적절하다’(22%)의 두 배에 가까웠다.
NBS(전국지표) 조사에서도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47%에 달했다.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는 김 후보자 임명 반대가 55.7%로 집계됐다.
조사기관과 문항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모두 찬성보다 반대 여론이 뚜렷하게 우세하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김 후보자의 거치문제다.
국민의힘은 제넨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비롯해 주가조작 의혹, 가족 인건비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제기하며 김 후보자의 자격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2021년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과 후원금 약속 문제 등이 핵심 쟁점이다.
국민의힘은 당시 사건이 기소유예로 종결된 것과 별개로 로비 의혹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사건이 이미 검찰 판단을 거쳐 종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식약처장 연락 역시 공익적 민원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공방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공개한 관련 녹취록을 둘러싼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수사 관련 자료를 어떻게 확보했는지를 문제 삼으며 역공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의혹에 대한 실체적 검증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논란까지 겹쳤다.
김 후보자가 과거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의원 모임’ 공동대표를 맡았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은 법무부 장관 인선 자체가 공소취소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공소취소 권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한다.
결국 김 후보자 청문회는 개인 의혹 검증과 검찰개혁·공소취소 논란이 결합된 ‘정권 검찰정책 청문회’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뿐 아니라 이형일 경제부총리, 강신철 국방부,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공세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공통 공격 고리다.
육사 출신 강신철 후보자의 경우 본인과 부친·고모·형 등 일가족 4명이 철거민 특별분양 자격을 취득한 사실을 두고 이른바 ‘딱지 재테크’ 의혹이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경기 과천 아파트를 장기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 기간이 짧았다는 점, 이 후보자는 서울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지역구에 전세로 거주해 장부상 이익을 얻었다는 점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홍지선 후보자 역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 재직 당시 주택담보대출과 처가 자금을 활용해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은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업무 역량을 외면한 정치적 흠집내기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부동산 문제가 국민적 민감도가 높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여론전의 파급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청문 정국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의 9월 2주차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38%, 국민의힘은 29%였다.
NBS 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긍정평가는 43%로 2주 전보다 7%포인트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48%로 상승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9%, 국민의힘 25%였다.
특히 미디어토마토 조사에서는 민주당 37.5%, 국민의힘 35.5%로 격차가 오차범위 내까지 좁혀졌다.
이 대통령을 과거에는 지지했지만 현재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8.4%로 조사됐다.
여론 전문가들은 최근 지지율 하락에 인사 논란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운영 태도와 각종 정책·정국 현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도층 이탈이 계속될 경우 인사청문회가 지지율의 추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주 인사청문회의 결과는 추석 민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이형일 경제부총리·김승원 법무부·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16일 강신철 국방부·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17일 최길수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가 이어진다.
청문회 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오거나 후보자의 해명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가 낙마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민주당이 후보자들의 의혹을 충분히 해소하고 청문 정국을 돌파할 경우, 최근 하락세를 보인 대통령 지지율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청문 슈퍼위크의 핵심은 ‘몇 명이 낙마하느냐’보다 ‘국민이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준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승원 후보자는 야권의 집중 공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사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청문회 결과가 향후 여야 대치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청문회는 후보자 개인의 자질을 넘어 정부의 인사 원칙과 국정운영 능력을 평가받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중도층과 무당층의 평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향후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