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점심시각포항지역 관공서 주변 식당가도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날 포항시청 인근 식당들은 평소 1만원대 점심 식사가 가능해 예약 손님만 받아도 방이 가득 찼지만 이달 초순부터 발길이 뜸 했다는 게 식당 주인들의 설명이다.
평일 저녁식사(1인당 3만~5만원) 예약도 2주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주말에는 가족 모임이나 상견례를 제외하고는 예약이 끊어진 실정이다.
식당집 주인들은 "매출이 8월 이전 대비 50~60% 정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몇곳은 종업원들을 없애고 가족들이 발 벗고 나섰다.
포항시 이동에서 20년째 한정식집을 운영 중인 이모(60·여)씨는 "지역 불경기에 김영란법까지 시행되어 앞으로 어떻게 장사를 이어가야할 지 고민이다”며 “매출이 계속 떨어지면 업종변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불경기와 김영란법 여파로 포항시 이동의 식당가 몇 곳은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역 고급 식당가는 고육지책으로 김영란법 메뉴도 마련했다. 포항시 이동의 한 식당은 최근 1인당 4만~5만원인 식사 값을 줄여 2만9000원짜리 '김영란 메뉴'를 개발했다.
반면 밥값이 6000원에서 8000원대인 시청 주변 식당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식사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포항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구내식당도 북새통을 이뤘다. 공무원들은 구내식당 입구에서 긴 줄을 선 끝에 점심식사를 마쳤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공무원들은 "술이 곁들여지는 식사 자리를 피하고, 약속도 잡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포항시청 한 공무원은 "법 시행 첫날 때 맞춰 비도 오 고 해서 부서 직원 전체가 구내식당을 찾았다"며 "오해와 엉뚱한 불똥이 튈까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이법이 처음 시행되는 만큼 선례가 없어 막연하다. 당분간은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것 같다“며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눈치보고 몸을 사리는 경향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고 전했다.
또 시 산하기관 7급 공무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됐다고 위축 될 것까지 없을 것 같다"며 "평소 대부분 동료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처럼 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저녁모임 같은 경우는 법기준이 애매모호해 우려 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