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보다 우월적인 직위를 악용하여, 보다 힘이 약한 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황포를 부리는 것을 두고, 흔히들 ‘갑질’한다고 말한다. 갑질은 우리사회가 추구하는 ‘수평관계, 투명사회, 공평사회’를 해친다. 몇 가지 사례를 들면, 경남 창녕군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 등 외국인 노동자 4명은 건축업자 B씨로부터 밀린 월급 440만원을 받았다. B씨는 100원짜리 동전 1만7천505개, 500원짜리 동전 5천297개 등 동전 총 2만2천802개를 이들에게 건넸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자루에 담아온 동전을 사무실 바닥에 쏟아 뒤섞이도록 한 뒤 ‘가져가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엔 ‘인분 교수사건’이다. 한 사립대 교수가 자신이 주도하는 학회에 취직시켜준 제자에게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인분(人糞)을 강제로 먹였다. 사회는 이를 두고 ‘인분교수사건’이라는 명칭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광주시립발레단 예술 감독이 임신한 단원에게 퇴사를 종용해 노조가 반발하는 등 논란을 불렀다. 예술인 노조는 해당 감독은 임신한 단원에게 1주일의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보라며, 사실상 퇴사를 압박했다. 발언 자체가 위험한 발언이고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와 같은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가끔 잊을만하면 ‘갑·을의 관계’가 불거진다.
이 같은 사회를 척결해야한다는 취지에서 포항 포스코켐텍이 나섰다. 포스코켐텍은 지난 18일 전 임직원이 ‘갑질 근절’을 서약했다. 깨끗하고 공정한 기업 문화와 제도 정착을 결의했다. 이날 회사는 이영훈 사장, 임원, 직책 보임자가 참여했다. 포스코그룹 차원의 갑 의식 개선 캠페인에 동참하고, 갑질과 불공정 요인을 제거해, 상호협력과 시너지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회사의 ‘갑질 근절’ 혁신 운동은 마인드 개선이나 구호만이 아닌, 변화관리 차원에서 전사적인 노력이다.
회사는 전 임직원 실천 서약과 함께 외부강사를 초청해 올바른 언어사용, 전화예절 등의 비즈니스 매너 등을 교육했다. 상호 존중과 수평적인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한다고 다짐했다. 임직원과 협력회사 등 이해관계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위반 행위에 대한 조치 기준과 ‘갑질’에 대한 예방 조치를 강화했다. 사내 규정의 상벌사항에 ‘갑질’ 항목을 포함시켰다. 인사평가 불이익, 중징계 등의 인사 조치 등도 구체화했다. 아울러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문화 정착과 제도를 개선했다. 협력회사에 대한 보호를 위한 노력에도 나섰다. CEO가 직접 나서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정기 간담회를 가져, 양방향 소통과 공감대 강화를 실천한다. 거래제도 측면에서는 계약 약관과 프로세스를 정비한다. 신규 공급사에 대한 거래 진입 장벽도 허문다. 경쟁력을 갖춘 회사라면 누구나 거래가 가능하도록 등록평가 제도 등을 개선했다. 원료 사용 가능성 테스트 기준을 보완해, 년 단위로 이루어지던 공급사 등록을 수시로 가능하도록 했다.
포스코켐텍 이영훈 사장은 갑 의식을 버리는 것은 상호 존중과 배려라는 기업 문화 차원을 넘어, 모든 이해 관계자가 함께 성장하고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의 사이이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이번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협력업체에 대한 상시적인 문호 개방이다. 갑질하면, 인사에 반영이다. 이것만 잘된다면, 우리사회는 갑과 을이 없는 ‘수평, 투명, 공평사회’로 갈 것이다. 포스코켐텍이 우리사회에 크게 기여한 대목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