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장흥가단을 이끈 지지재 이상계(1758~1822) 선생의 한시 등을 모은 문집 '지지재유고(止止齋遺稿)' 전문이 번역 출간됐다.
전 광주시 서기관인 이병혁씨(62)는 최근 춘사(春史) 이영숙(李永淑) 선생의 감수를 받아 지지재유고 전문을 번역 주해한 '역주지지재유고(譯註止止齋遺稿·다큐디자인)를 발간했다.
지지재유고는 이상계 선생의 한시 79수와 문장, 가사 2편, 이상계의 시에 답한 지인들의 차운시 등을 모은 문집으로, 선생 사후 137년이 되던 1958년 9월에 활자본으로 발행됐으며 이번에 우리말로 역주본을 발행했다.
지지재 선생의 문집 번역 발간은 조선후기 활발한 활동에 비해 국문학사에 덜 알려진 그의 문학적 깊이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상계 선생은 우리 문학사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다가 최근들어 남도 가사문학의 한 장을 차지할 만한 업적을 지닌 향토문인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는 전남 장흥군 용산면 부용산 자락 초당 지지재에서 리 묵촌마을에서 벼슬의 뜻을 접고 학문과 강학에 힘써 지방 유림들의 존경을 받았다. 회갑이 지난 다음 해에는 지역의 아홉 문인이 '관산구로회(冠山九老會)'를 결성해 문학사에 주목받는 시문을 남겼다.
조선대 백수인 교수는 "이상계 선생은 선친 타계 후 초당에 은거하며 자연을 벗삼아 시작활동을 활발하게 했다"며 "특히 장흥지역 문인들과의 교류활동이 눈에 띄고 '초당곡(草堂曲)'과 '인일가(人日歌)' 등의 가사 작품은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전남대 김대현 교수는 "장흥가단을 대표하는 지지재선생의 훌륭한 작품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늦었지만 이번에 완역본이 나온 것은 다행스럽고 의미있는 일이다"고 평가했다.
이병혁씨는 "인일가 등은 노사 기정진 선생도 칭송할 만큼 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인데 그런 평가를 후손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번역하고 설명한 역주집을 내게 돼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