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판도라'의 배우·스태프·투자사 등 모든 관계자들은 이 영화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 외에도 작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진지하고 전투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영화 '판도라'(12월 개봉 예정)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은 "'연가시' 촬영 중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재난 사고가 벌어졌다"며 "그런 사고가 터지면 우리나라도 점검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반대로 원전을 더 많이 짓고 수출하고 정책 산업으로 키워나가더라. 그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었다"며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박 감독은 "외압으로 인해 개봉 시기를 못 잡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다"며 "후반 작업이 오래 걸렸다. 아직도 마무리 단계다. 그래서 4년이 걸렸다"고 했다. '판도라'는 투자 철회와 개봉 지연 소동으로 인해 외압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박 감독은 또 "현 시국이 이 영화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도 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게 나라냐'며 욕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잘못된 것을 고치고 곪은 곳을 도려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절망이지만 희망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원자력발전소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봐준다면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도라'는 원전 재난 영화다.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한반도를 뒤흔들고,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판도라'는 기획과 제작에 4년이 걸린 대작이다.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자료 조사에 공을 들였고, 시나리오 초고를 쓰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촬영 장소를 지원받을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원전 시설 세트를 만들고, 많은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거쳤다. 촬영만 해도 1년 6개월이 걸렸다.
이번 작품에는 주연을 맡은 김남길과 함께 문정희·정진영·강신일·김대명·유승목·김주현 등이 힘을 보탰다.
김남길은 "'재앙은 지진에서 시작하지만, 인간과 자본의 이기심이 더 큰 재난을 만드는 이야기다. 원전 현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거 말했다.
정진영은 "영화라는 게 반드시 사회적 이슈가 담겨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판도라' 시나리오를 받고 원전 문제와 심각성, 원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떠올렸을 때, 이런 영화에 출연한다는 건 흥분되는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판도라'가 내 인생의 영화가 될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많은 분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