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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포토에세이:영화처럼, 써니처럼..
문화

포토에세이:영화처럼, 써니처럼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7/14 15:22 수정 2022.07.31 14:32

물새 우는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곱고도 진지하다. 반복해서 들으며 가사의 내용을 새기기도 하고, 잘 외워지지 않는다며 걱정도 한다. 해안을 드라이브하면서 우리들의 공통분모를 찾았다. 바다를 보고 살아야 기운이 난다는 우리는 어부의 딸들이었다.
몇 달 전, 한 친구가 합창을 같이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함께 놀자. 저마다 바쁜 삶 속에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지내지 않냐, 일주일에 한 번은 얼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포항 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것이다, 필시 유익한 시간이 될 거다, 주소를 불러라, 며 밀어붙였다.
그렇게 얼떨결에 합창 프로그램을 같이하게 되었다. 세대를 아우른 구성원들은 지원동기도 다양하다. 손자 손녀와 함께 온 할머니, 지역 봉사단체, 노래가 너무 하고 싶어 온 애기 엄마, 한눈에 봐도 우애 넘치는 세 자매 부부, 수준급의 노래 실력을 가진 일흔이 넘은 분….
운이 좋게도 우리 넷은 중창까지 하게 되었다. 단장님이 정해준 노래가 ‘나의 친구’다. 들뜬 마음은 열여덟으로 돌아간 소녀들 같다. 그동안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단톡방에 올랐다. 더러 기억하고 더러 잊고 있었던 사진들이 그저 반가울 뿐이다.
우리는 면 소재지 중학교에서 포항의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친구들이다. 집을 떠나 자취방을 구하거나 친척 집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귀를 맞대어 기다리던 소녀들이 이젠 중년이 되었다.
해안을 돌다 조용한 카페에 들어갔다. 가지고 온 사진들이 탁자에 펼쳐졌다. 사진 속 우리들은 맑은 소녀였고 청춘이었고 새댁이었다. 지금처럼 그 장면들을 오래 공유할 수 있는 건 각자가 지켜가는 자리일 것이다. 아픈 데가 어디인지 알기에 실수로라도 건들지 않으려는 배려는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러다 누군가 손을 내밀면 기꺼이 잡아줄 수 있는 거리. 그런 우리라서 일상 속 이벤트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옛이야기로 깔깔거리며 웃다가도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른다. 사진마다 가장 환하게 웃는 그녀가 함께 못한 상황이 안타까워서다. ‘나의 친구’를 부르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녀를 생각한다. 건강회복을 위해 요양 중인 그녀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른다.
‘물새 우는 바닷가에서 가슴속에 밀려오는데…’]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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