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39%… 직전 보다 5.0%↑
직무에 복귀시켜야 40% 근접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헌재)의 선고기일이 지연되는 이유가 8명의 재판관 의견이 ‘5대3’ 구도로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 전화면접 조사에서 처음으로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는 의견이 40%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개인의 입장과 상관없이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지’ 질문한 결과,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라는 응답은 51%로 나타났다.
반면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비율은 39%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3월3주차) 대비,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6.0%p(포인트)↓하락했고,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5.0%p↑상승한 결과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 대통령을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은 70세 이상에서 59%로 가장 높았고,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40대에서 71%로 우세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서울은 ‘인용’ 49% vs ‘기각’ 40%, 인천·경기는 ‘인용’ 53% vs ‘기각’ 36%로 나타났다. 영남권의 경우, TK(대구·경북)는 ‘기각’ 60% vs ‘인용’ 30%, PK(부산·울산·경남)는 ‘기각’ 50% vs ‘인용’ 36%로 조사됐다.
지지 정당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인용’ 의견이 86%였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기각’ 응답이 83%였다.
캐스팅 보트인 무당층의 경우, ‘인용’ 45% vs ‘기각’ 28% vs ‘모름/무응답’ 27%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 신뢰도와 관련한 질문에선 '신뢰한다’(매우+신뢰하는 편)는 긍정 인식은 53%로 조사됐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전혀+신뢰하지 않는 편)는 부정 인식은 40%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 대비 ‘신뢰한다’는 응답은 7.0%p↓ 하락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4.0%p↑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응답률은 18.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로 헌재 내부에서 '이상 기류'를 꼽고 있다. 변론 종결 후, 한 달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진보 재판관들 사이에 공방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엔 평의마저 제대로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탄핵 사건과 비교했을 때 노무현(14일)·박근혜(11일) 전 대통령 탄핵 사건보다 2배가 넘는 기간이다. 일각에서는 선고가 늦어지자, 재판관 의견이 ‘인용·기각·각하’ 등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각자 자신의 주장에 맞는 연구관 보고서를 바탕으로 결정문을 쓰고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재판관 8인 체제에서 5대 3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만약에, 마은혁 재판관이 추가 임명되어 인용 의견을 내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는 것이 현 상태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28일 긴급 성명을 내고 “30일까지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회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겠다. 바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재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읽힌다.
하지만 문제는 좌파 성향의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재판관은 내달 18일 퇴임한다. 이들이 퇴임하면 헌재는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가는데, 이 경우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심판정족수 7인을 채우지 못해 심리가 중단된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이 같은 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선고를 서둘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학전문대학원 A 교수는 “보수·진보 진영의 시위와 정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신속한 선고가 필요한 상황이다”며, “두 재판관이 퇴임한 후에는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성명을 내고 “탄핵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며 “더 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선 헌재의 조속한 선고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