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지 싸고 형평성 논란
경작자 “먹으라고 줬다…”
공사 측, 대가성 의혹 부인
다른 주민 철거 등 피해 호소
한국농어촌공사 청송·영양지사의 관리부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앞서 같은 공사 관리부지를 놓고 누구는 철거 요구를 받고 누구는 상당 기간 경작했다는 주민들의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해당 부지에서 자두를 경작한 당사자가 농어촌공사 직원에게 자두를 건넸다는 취지로 직접 말한 녹취가 확인됐다.
일간경북신문이 확보한 통화 녹취에서 자두 경작자는 농어촌공사에 자두를 줬느냐는 질문에 "자두 뭐 먹으라고 그냥 줬어요"라고 말했다.
몇 박스였느냐는 질문에는 4박스, 6박스 등의 숫자가 오갔다. 정확한 수량에 대한 기억은 다소 엇갈렸지만 자두를 건넸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직원이 올라와서 갖고 왔더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동안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던 '자두 몇 박스' 이야기가 단순한 제3자의 전언이 아니라 자두를 경작한 당사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 것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농어촌공사 관리부지에는 약 50주가량의 자두나무가 경작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주민들은 다른 농어촌공사 관리부지를 사용한 사람들에게는 철거 또는 원상복구를 요구하면서 해당 자두나무는 상당 기간 그대로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두를 건넨 사실과 자두나무가 그대로 있었던 사실 사이에 어떤 대가성이 있었다고 현재 단정할 수는 없다.
자두 경작자 역시 "먹으라고 줬다"고 말했고 농어촌공사 측도 대가성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사실확인 통화에서 "그런 적이 없다",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말하느냐"는 취지로 반박했다.
보도와 관련해서도 "지난번에 한 번 나갔는데 꼭 내야 될 이유가 있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공사 측의 반론대로 단순히 먹으라고 건넨 농산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는다.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부지를 경작하던 사람이 공사 직원에게 농산물을 건넸다면 누가 받았는지, 몇 박스를 받았는지, 당시 공사 내부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농산물 제공과는 별개로 해당 자두나무에 철거나 원상복구를 요구했는지, 다른 주민들에게 적용한 관리 기준과 같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인근 사과농가를 둘러싼 펜스 문제도 있다.
본지가 농어촌공사 측에 펜스를 설치한 이유를 묻자 공사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설치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나 해당 주민은 공사 토지 경계 쪽에 설치된 펜스로 인해 방제 차량 진입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과 과원 관리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가 안전을 위한 시설이라면 왜 약 8m가량 떨어진 지점까지 펜스를 설치했는지를 추가로 물었지만 당시 공사 측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공사 관리부지에 약 50주의 자두나무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그 경작자는 공사 직원에게 자두를 줬다고 직접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철거 요구와 펜스 설치로 농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민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연결해 '자두를 받고 특혜를 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관리가 실제 있었다면 그 이유만큼은 공사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앞서 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은 주민이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31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도수관 누수와 과수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도수관 누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한 민사사건이다. 이번에 확인된 자두 제공 사실이나 관리부지 형평성 문제를 법원이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을 자두 몇 박스의 값어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공기업이 관리하는 부지를 경작한 주민이 공사 직원에게 농산물을 건넸다는 취지로 직접 인정했고, 동시에 다른 주민들은 같은 공사 관리부지를 놓고 철거와 펜스 설치 등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가성이 없었다면 없었다고 명확하게 밝히면 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농어촌공사가 업무와 관련된 주민에게서 농산물을 받는 것이 적절했는지, 당시 관리부지의 철거와 원상복구 기준이 모든 주민에게 똑같이 적용됐는지는 반드시 확인돼야 할 부분이다.
공기업 행정은 작은 의심 하나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는 원칙을 들이대고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았다는 의심이 생기는 순간 행정에 대한 신뢰부터 흔들리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가 밝혀야 할 것도 복잡하지 않다.
누가 자두를 받았는지, 왜 받았는지, 그리고 당시 관리부지에 적용한 기준이 정말 누구에게나 같았는지다. 김연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