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8일 이재명 정부를 향해 “이번 정부에서는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특히 정 원내대표가 사전투표제 전면 폐지 검토, 검찰 보완수사권 부활,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폐지, ETF 특검 등을 잇달아 제시하면서, 대구·경북(TK) 정치권에서도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시대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힌 데 대한 사실상 정면 반박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임제 개헌 언급을 거론하면서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주장했다.
TK 정치권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사전투표제 폐지 검토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거론하며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도 못 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선거관리와 투표제도에 대한 신뢰 문제는 지역 정치권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선관위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정 원내대표가 사전투표제 자체를 손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정기국회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에 대한 정 원내대표의 강도 높은 비판도 TK 정치권에서는 주목할 부분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를 “최악의 기업 약탈”, “재벌 납치”라고 표현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산업투자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TK 입장에서는 단순히 호남 반도체 투자에 대한 찬반을 넘어 국가 첨단산업 투자에서 대구·경북이 어느 정도 역할과 지원을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심사다.
특히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한 첨단산업 육성, 포항 이차전지·철강산업 고도화, 구미 반도체·전자산업 경쟁력 강화 등 지역의 기존 산업기반과 정부의 국가산업 전략이 어떻게 연결될지가 향후 정기국회에서 주요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TK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특정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면서 다른 지역의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도 여야의 핵심 충돌 지점으로 꼽힌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판하면서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향후 국회에서 사법제도 개편을 둘러싼 대여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최근 논란이 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문제에 대해서는 국정조사를 넘어 특검까지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투자 손실 규모를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으로 추산하면서 상품 도입 과정에서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윗선이 존재했는지,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폐지와 주택공급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 완화와 함께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 취득세 감면, 초저금리 대출 지원도 약속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두고는 “미래 약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부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핵공유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F-35 전투기 전술핵 탑재훈련 등을 통한 핵 억제력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방첩사 해체와 사관학교 통합 추진 등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면서 “국방을 안으로부터 썩어들어가게 할수록 환호하는 사람은 북한 김정은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보수 성향이 강한 TK 지역의 안보·국방 정서와도 맞닿아 있는 메시지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전방위 공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개헌과 선거제도, 검찰개혁, 부동산, 국가재정, 산업정책, 안보 등 굵직한 현안마다 여야의 입장이 정면으로 갈리는 만큼 TK 의원들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구·경북으로서는 중앙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에 그치기보다 통합신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과 포항·구미 등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첨단산업 투자 확대, 지역 균형발전 예산 확보 등 지역 현안을 정기국회 의제로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기국회 초반부터 여야가 개헌과 사법개혁, 선거제도를 놓고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TK 정치권 역시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지역 현안 챙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