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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55억 들인 ‘경주 심곡지 둘레길’ 관리 엉망..
경북

55억 들인 ‘경주 심곡지 둘레길’ 관리 엉망

서경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9/20 17:29 수정 2026.09.20 17:30
은행나무숲 연계 산책코스
무성한 잡초·시설물 훼손
시민들, 안전 우려 ‘눈살’

수십억원을 투입해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경주 서면 심곡지 둘레길이 잡초와 각종 시설물 관리 부실로 시민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경주시는 심곡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연계해 주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둘레길 조성사업을 추진해 왔다. 경주시도 심곡지와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연계한 산책코스를 주요 관광자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현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초 내세운 ‘명품 둘레길’ 조성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20일 서면 주민들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현재 심곡지 둘레길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보행로 주변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특히 은행나무마을 진입로에서 둘레길 종료 지점까지 곳곳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산책객들의 불편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잡초뿐 아니라 풀숲에 공사 안내판과 일반 쓰레기 등이 방치돼 있고,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치한 벤치 역시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은 듯 낡고 빛이 바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둘레길이 산기슭을 따라 조성돼 있는데 풀이 너무 무성해 뱀이나 해충과 마주칠까 걱정돼 혼자 걷기가 부담스럽다”며 “많은 예산을 들여 조성한 둘레길이라면 시민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심곡지 둘레길은 경주시가 저수지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주민 휴식공간을 만들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경주시의 민선 8기 공약자료에도 저수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활용한 둘레길을 조성해 관광명소를 발굴하고 지역주민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는 사업 취지가 담겨 있다.

경주시 관광자료에 따르면 현재 도리마을에서 심곡지를 잇는 둘레길 일부 구간이 정비돼 있으며, 심곡지와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연계해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소개되고 있다.

문제는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준공 이후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앞서 심곡지 둘레길에서는 안전시설과 시설물 관리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주민들은 안전펜스와 일부 시설물이 훼손된 상태로 방치되거나 조경시설물 등이 제때 정비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심곡지 둘레길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 일대는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4년에는 심곡지 둘레길과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연계한 음악회와 버스킹 행사도 열리는 등 관광자원화를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최근에도 경주시는 도리은행마을과 은행나무숲, 심곡지 둘레길 등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해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 앞서 기존 시설의 관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면 주민 황모(65)씨는 “명품 둘레길을 만들겠다고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 준공을 앞두고 잡초가 무성한 모습을 보면 아쉽다”며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먼저 주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경주시의 예산 규모가 커졌다고 하지만 정작 농촌 지역에 조성한 관광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행사나 새로운 사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조성한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곡지 둘레길 사업은 단순한 산책로 조성을 넘어 도리마을 은행나무숲과 연계한 지역 관광 활성화라는 목표를 갖고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시설 조성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는 계절별 제초와 조경, 안전시설 점검, 휴게시설 정비 등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가을철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면 도리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에 둘레길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십억원을 들여 조성한 관광시설의 성패는 준공식이 아니라 시민과 관광객이 얼마나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경주시가 심곡지와 도리마을 은행나무숲을 연계한 관광자원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새로운 시설과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시설에 대한 꼼꼼한 유지·관리에도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서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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