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불법으로 전용된 농지 가운데 관행적·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는 양성화하고, 투기 목적의 불법 행위는 엄단하는 투트랙 대책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국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을 논의하고, 연말까지 불법 전용농지의 양성화와 처분 유예 등에 필요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윤준병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책조정위원장은 당정협의 후 "불법 전용농지 양성화와 처분 유예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말까지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으로 처리할 사안과 현행 농지법을 개정해 보완할 사안을 구분해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농지법 개정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특히 고령화와 농촌 인력 부족 등으로 발생한 관행적 농지 이용에 대해서는 일률적인 처분보다는 계도와 제도 개선을 통해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투기 목적이 명백한 경우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바로잡겠다"면서도 "경미하고 관행적인 현장에서의 위반은 계도하거나 제도를 개선하는 등 대안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행적 위반의) 경위와 사정을 충분히 살펴 이번 기회에 정상화·양성화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겠다"며 "곧바로 처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지가 농지다움을 회복하고 다시 정상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했다.
특히 농지 전수조사에서 투기 행위도 별도로 가려낸다.
윤 위원장은 투기 행위의 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업적 이용 목적이 아닌 재산적 이득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활용하는 경우와 영농법인이 실제 영농 대신 부동산업과 유사한 행위를 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다만 현재는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투기 기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확정할 계획이다.
농지 제도의 현실과 현장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도 추진된다.
윤 위원장은 고령으로 휴경하는 경우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되면서 위장 영농이 이뤄지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 자경하지 않고 위탁하는 경우 공익직불금을 받기 어려운 현행 제도의 문제점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했다.
농지연금과 농지은행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
윤 위원장은 농민들이 농지를 처분하려 해도 매입 수요가 부족한 현실을 언급하며 농지연금 예산을 충분히 증액해 가입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농지은행의 농지 매입 재원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농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조사 결과를 처리하고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겠다"며 "필요한 법률의 재개정과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번 농지 전수조사를 단순한 불법 적발에 그치지 않고 농지 이용 체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윤 위원장은 "이번 전수조사의 목표는 조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지 이용을 현실에 맞게 정상화하고 불법 상태의 시설을 질서 있게 양성화해 농정 대전환의 기초를 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의 농지 전수조사 관련 비판에 대해서는 여권의 반박도 이어졌다.
권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농지 조사와 관련된 사실 왜곡으로 농업인과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농업인의 삶과 농촌의 미래를 위한 민생 논의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윤 위원장 역시 "정치권이 근거 없는 괴담을 만들어내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며 농민들에게 불필요한 우려를 안겨주고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농지 투기는 엄단하되 농촌 현장에서 오랜 기간 누적된 관행적 위반까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조치법 제정과 농지법 개정, 농지연금·농지은행 재원 확대가 실제 농촌 현장의 불법·편법 이용을 어느 수준까지 정상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