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들의 꿈틀대는 근육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가 '짐승남' 남성무용수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영웅적 카리스마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에너지를 뽐내는 노예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로마장군이라는 배경에도 노예 스파르타쿠스를 이기지 못해 분노를 표출하는 '크라수스'의 휘몰아치는 대립에 숨통을 만들어주는 것이 발레리나들이 맡는 '프리기아'와 '예기나'다.
헌신적이며 비극적인 청초함을 지닌 프리기아와, 교활하고 섹시한 팜 파탈 예기나는 '스파르타쿠스'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국립발레단 간판인 김지영과 김리회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 부임한 이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이 발레단에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올해 라오스와 캄보디아 공연, 신작 '세레나데' 무대,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인 'KNB 무브먼트 시리즈' 등에서 활약이 눈부셨다.
김지영은 무용수들의 무용수로 통한다.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 2007년 승급무용수로 승급해 활동하다 2009년 한국 국립발레단으로 돌아온 그녀는 워싱턴발레단으로 이적한 국립발레단 전 수석무용수 이은원 등이 롤모델로 삼고 있다.
"후배들에게 해줄 만한 조언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저는 춤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거든요. 춤을 더 잘 추고 싶어서 네덜란드로 갔죠. 사실 조언을 한다는 자체가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호호호. 그냥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들 때도 있겠죠. 하지만 결국 춤을 좋아하는 마음이 힘든 일을 잊게 만들더라고요."
2006년 입단 때 18세 4개월의 나이로 당시 최연소 단원의 기록을 썼던 김리회는 어느덧 발레단에 들어온 지 10주년을 맞았다. "어렸을 때는 사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주어진 역만 열심히 했거든요. 다행히 언니들 보면서 가르침을 받고 성장했죠."
김지영은 그녀의 롤모델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많이 가르침을 받아요. 언니 덕분에 재미있게 발레를 하고 있죠. 근데 예기나도 그렇고, 작품마다 언니의 상대역을 많이 했네요?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는 언니가 '카테리나', 제가 '비앙카'였으니까요. 이렇게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김지영은 "너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할 거야!? 호호." 김지영과 김리회가 마주보고 다정하게 웃었다.
한편 이번 프리기아 역에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도 캐스팅됐다. 예기나는 박슬기와 함께 솔리스트 신승원이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