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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주한미군 납품 경유 수백만ℓ 빼돌린 일당 검거..
사회

주한미군 납품 경유 수백만ℓ 빼돌린 일당 검거

운영자 기자 입력 2016/11/23 14:55 수정 2016.11.23 14:55

 

▲     © 운영자▲ 23일 오전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회의실에서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경기지역 주한미군에 공급되는 난방용 경유를 중간에서 수백만ℓ를 가로채 되판 일당과 뒷돈을 받은 미군 군무원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김모(46·운송기사)씨 등 27명을 구속하고, 오모(40)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하청 운송업체 A사로부터 접대 등으로 수천만원을 받고 입찰정보를 알려준 혐의(입찰방해 등)로 물류업체 B사 직원 이모(4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은 201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 오산, 평택, 동두천, 의정부에 있는 미군에 납품되는 경유 435만ℓ(60억원 상당)를 521차례에 걸쳐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운송기사, GPS 운반조, 등유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 운송기사들이 인천시에 있는 저유소에서 경유를 싣고 나오면 미리 결탁한 주유소, 공터 등에서 경유를 빼낸 뒤 등유와 첨가제 등을 넣는 수법으로 경유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GPS 운반조는 운송회사에서 탱크로리차량에 설치된 GPS로 정상적으로 운행하는지 감시하는 것을 알고, 특정 장소에서 탱크로리 GPS를 떼어내 다른 차량에 붙인 뒤 시속 50∼70㎞ 속도로 미군기지 방향으로 정상 운행하다가 미군기지 근처에 있는 탱크로리차량에 다시 GPS를 설치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훔친 경유를 범행을 공모한 주유소에만 팔았고, 주유소들은 ℓ당 500원가량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했다.
 또 함께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배신을 차단하기 위해 전·현직 운송기사나, 친·인척, 친구 등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는 운송한 뒤 남은 소량의 경유를 빼내 되팔던 이들은 탱크로리를 불법으로 구조변경한 뒤 유량계를 조작하거나 비밀격실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용량 2만ℓ에서 최대1만6000ℓ를 훔치기도 했다.
 이런 범행은 미군 부대에서 25년여간 유류 담당 업무를 맡아온 군무원이 눈을 감아줬기에 가능했다.
 미군부대 소속 군무원 고모(57·구속)씨는 2014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운송기사들의 범행마다 60만원씩, 154차례에 걸쳐 모두 1억여원을 받아 챙기는 대가로 김씨 일당의 경유 절도 사실을 방조했다.
 경찰은 미군부대 협조를 얻어 기지 내부에 있는 경유 저장탱크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등유가 최대 95%로 나온 점으로 미뤄 김씨 일당이 탱크로리에 든 경유를 가로챈 뒤 등유로 채워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밖에 경유 절도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물류업체 B사 임직원 5명이 운송회사 A사 대표이사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 등을 받고 운송 재계약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에 입건된 일부 운송기사들은 과거 군납 유류 절도 혐의로 모 수사기관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으나 증거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한미군 기지 유류 운송기사들이 조직적으로 경유 절도를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1년여간의 수사 끝에 범행 일체를 밝혀냈다.
 경찰은 다른 미군기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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