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16승5패)가 최근 13경기에서 12승1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단독 선두 체제를 구축했다.
골밑을 지키는 데이비드 사이먼(34·203㎝)의 존재감이 크다. 사이먼은 이번 시즌 22경기에서 평균 23.9점 9.4리바운드 2블록슛 1.9어시스트로 펄펄 날고 있다.
사이먼은 "작년(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동부에서의 느낌이다. 팀으로서 서서히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외곽 조화의 중심이다. 국가대표 빅맨 오세근(29), 슈터 이정현(29)과 내는 시너지가 상당하다. 이정현은 "득점력이 좋은 사이먼이 골밑에서 잘 버텨 바깥에서 쉽게 기회가 난다"고 했다.
정확한 미들레인지 슛과 힘, 유연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듣는 사이먼은 2010~2011시즌 인삼공사를 통해 처음 KBL 무대를 밟았지만 데뷔 시즌 43경기만 치르고, 무릎 부상으로 접었다.
적잖은 나이와 체력 부담, 부상 노출 때문에 사이먼의 출전시간은 중요한 변수다. 21경기 평균 출전시간은 33분43초.
38분대 이상을 뛴 시즌 초반과 비교해 줄었지만 과거 SK, 동부 등에서 보낸 세 시즌에 비하면 가장 긴 시간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먼은 "경기 사이에 잘 쉬고 있다. 감독님께서 연습 때에도 항상 몸을 체크해 준다"며 "올해 여름에 몸을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괜찮다. 딱히 힘들지 않다"고 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사이먼의 체력을 항상 체크하고 있다. 적당히 조절하려고 하면 정작 사이먼은 '괜찮은데 왜 자꾸 빼느냐. 32분이나 38분이랑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대든다(?)"며 웃었다.
코트 밖에선 '사익스 기 살리기'에 앞장섰다.
최근 인삼공사는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선수 교체 여부를 두고 어수선했다.
단기전을 염두에 두고 단신 외국인선수 자리에 높이를 갖춘 자원을 물색했다. 178㎝의 가드 키퍼 사익스(23) 대신 울산 모비스에서 뛰던 마커스 블레이클리(192㎝)에 대한 영입 가승인을 신청한 배경이다.
지난 11일 서울 SK전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후, 교체 통보를 접한 사익스의 상실감은 컸다. 사실상의 퇴출 통보였다.
그러나 블레이클리가 여러 이유로 인삼공사 합류를 거부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사이먼은 "사익스에게 '농구 선수의 삶이기에 그럴 수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른 부분에 신경 쓰지 말고, 농구에만 집중하자. 코트 위에서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집중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둘은 절친한 사이다. 나란히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열한 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시즌에 함께 훈련하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해외리그 경험이 없던 사익스가 KBL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것도 사이먼의 조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사이먼은 정말 든든한 친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