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악인, 유다'는 지속적으로 변주되는 유다의 의미를 추적한 책이다.
201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 4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리고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 사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을 연결하는 키워드는 바로 '유다'다.
밥 딜런은 1966년 5월17일 공연에 전자 기타를 메고 등장해 팬들로부터 '유다'라는 야유를 들었다. 포크 음악을 배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유다를 악당이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현실주의자로 재해석한 뮤지컬이며, 루이스 피구는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뒤 이전 소속 팀의 팬에게서 배신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예수에게 입을 맞춤으로써 인류 역사상 가장 사악한 배신자로 낙인찍힌 이스가리옷 유다. 유다는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와 로마 제국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수용되고 재해석되는 논쟁적인 인물이다.
이 책에서 피터 스탠퍼드는 유다를 언급한 마가·마태·누가·요한복음의 4대 복음서를 비롯한 성경, 유다를 기록한 다양하고 방대한 문헌, 나치의 반유대주의와 같은 역사적 사건, 유다를 새로운 관점에서 창조적으로 수용한 대중문화의 흔적 등을 통틀어 관찰해 유다의 본모습을 탐구하는 순례 길에 오른다. 차백만 옮김, 416쪽, 1만8000원, 미래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