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건물 내 구덩이를 방치해 추락 사고를 내게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철거업자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최종두)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모(6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사고에 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미연에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면서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 2015년 2월9일 서울 강동구의 철거 건물 1층 바닥에 가로 150㎝·세로 80㎝·높이 2.8m의 구덩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자재 대여업체 A사 직원 2명을 추락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건물은 추운 날씨로 철거 공사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다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1층 출입문 셔터가 내려졌을 뿐 별도의 시정 장치는 없었다.
이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철거 공사에 앞서 B씨에게 건물 외부를 둘러싸는 가림막 설치를 맡겼다. B씨는 A사로부터 자재를 빌려 가림막 설치를 한 후 A사 측에 남은 자재를 가져갈 것을 요청했다.
이틀 후 남은 자재를 가지러 온 A사 직원들은 가림막과 셔터를 차례로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이씨는 "A사 직원들이 내 허락 없이 건물 안으로 무단 침입한데다 셔터가 내려져 있어 사람이 출입해 구덩이에 빠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씨에게 철거 건물 책임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인정된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씨는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사 직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목적과 경위에 주목했다.
A사가 건물 외부 가림막 설치에 사용할 자재를 굳이 건물 안에 보관할 이유가 없고 직원들이 자재 회수 전 A사에도 문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설령 자재를 찾으려고 건물 안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씨가 가림막 설치 작업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은데다 B씨와 A사 간 자재 임차에 관한 업무 사항을 알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셔터가 내려진 상태로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철거 예정 건물임을 누구나 알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 내부에 들어가려는 사람으로서는 철거 작업 여하에 따라 위험한 곳이 있을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피해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