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外貌)
▲ © 김찬곤 경북과학대교수 유럽 몇 나라가 지나친 다이어트 풍조의 폐해를 막기 위해 너무 야윈 모델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업주에게는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하고, 당해 모델에 대해서는 몸무게와 키의 상관관계를 계산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모델의 고유활동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현재의 모델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반영한 결과라는 시선과 함께 오죽했으면 이런 내용의 법안까지 나왔겠느냐는 데에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는 마른 체형의 외모를 선호하는 모델업계의 요구에 충족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시도하다 목숨을 잃기까지 하는 세계 유명 모델들이 최근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데다, 모델도 이제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 인격존중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까닭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른 체형의 외모를 요구하는 업계의 보이지 않는 등쌀로 고통스러워하는 모델들의 증언은 과히 충격적이다.
“허벅지가 남자 발목 굵기도 안 된다”거나 “바깥 공기를 마시면 살이 찌기 때문에 집안에 가둬진 채로 자랐다”고도 하고, “3개월 동안 콜라와 상추만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등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다. 최근에 발표된 관련 자료에서의 전체 패션모델 40% 정도가 섭식장애를 겪고 있다고 하는 통계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우리나라 굴지의 한 리크루팅 업체가 대기업을 포함한 1,106개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외모가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원을 채용할 때 과연 외형적 용모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느냐는 내용이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응답자의 91%가 “외모가 채용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단지 9% 정도만이 취업에 대한 외모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구인기업의 인사담당자의 의견이 이럴진대, 하물며 구직자가 느끼는 외모의 중요성은 어떨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런 추세는 성형열풍을 불러와 ‘취업성형’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게 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면접 때 좋은 인상을 받기 위한 성형수술”이라고 그 뜻을 국어사전에 올렸다. 업무수행능력과 잠재적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면접 때 좋은 인상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흐름이 우리사회에 큰 유행으로 자리 잡은 징조로 해석된다.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왜 그렇게 성형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취업성형을 위한 경제적 부담은 그렇다 치고라도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거나 목숨마저 잃은 경우가 최근 부쩍 많아지고 있음에 견주어, 이 또한 개선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최근 중장년층에서 크게 유행하는 낱말이 있는데, 바로 노무(NoMU : No More Uncle) · 노마(No More Aunt)족이다. 이는 실제로 아저씨·아줌마이면서 더 이상 아저씨·아줌마 같은 나이든 외모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외모=능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이와 상관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외모중시의 생활을 추구하는 40~50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나이든 모습을 탈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은 나무랄 수 없는 일이지만, 젊어 보이기 위한 과도한 시도는 오히려 자기 정체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필요 이상의 ‘외모지상주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경우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외모추구 못잖게 자기만의 내면적 모습을 찾고자 하는 노력에 인색하여 진정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하는 점이다.
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만큼, 내면적 미도 함께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자기만의 외모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해 보이는 요즈음이다.
※톱아보다=‘샅샅이 더듬어 가면서 살피다’는 순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