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선, 권영진에 ‘직격탄’
“신뢰 협의 무시…분열 초래”
권영진 출마… 이례적 경선
내년 지선 공천 주도권 잡기
차기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이 기존 합의추대 관례를 깨고, 경선을 통해 선출되면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의 합의추대 관행과 달리 재선의 이인선·권영진 의원이 경합을 벌이는 건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염두에 둔 경쟁으로 보인다.
시당위원장이 되면 당연직 공천관리위원장이 된다.
대구시당은 지금까지 선수(選數)로 시당위원장을 합의 추대(지역구 국회의원 선수와 나이순)해 왔다.
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최근 대구 국회의원 12명 가운데 10명이 모여, 관행에 따라 재선 의원 3명(이인선-권영진-김승수) 중, 최고 연장자인 이인선 의원을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권영진 (대구·달서병) 의원이 반발하면서 사상 처음 경선으로 치르게 됐다. 권 의원의 입장은 이인선 의원이 보궐선거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른바 '1.5선'이라며, 18대에 초선을 지낸 자신의 선수가 더 높고,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는 논리다.
앞서 현 대구시당위원장인 재선의 강대식(대구·동구) 의원은 지난해 6월 14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단독 입후보 끝에, 운영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시당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날 오전 대구시당을 찾은 권영진 의원은 후보 등록 신청을 마친 후,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패배로 하루아침에 야당이 된 대구는 위기에 처했고, 행정 수장인 대구시장마저 장기간 공석이다"며 "대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에서 우리 지역이 소외당하지 않고 제 몫을 찾기 위해서는 대구 정치인들이 지역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지역을 살리겠다는 각오로 온몸을 던져야 한다"며 "보수 심장에 걸맞은 대구 정치 부활은 이번 대구시당위원장 선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이인선 의원은, 경선 대상이 당원과 대의원인 만큼 향후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커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의원의 입장은 “합의라는 걸 무시하고 억지로 자기 길을 가겠다는 태도는 오히려 당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내부 갈등의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며 권 의원을 직격했다.
이 의원도 이날 오후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대구의 보수 정치를 제자리를 찾고, 국민의힘이 진정한 국민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책임과 헌신”을 약속했다.
또, “최근, 시당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지역 정치의 신뢰와 협의 구조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출마를 강행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며 권영진 의원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당은 특정인의 정치적 욕심을 실현하는 통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시당은 당원과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정당 정치의 품격과 질서를 지켜내는 민주적 자치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이어 “그동안 대구시당 운영은, 대구의 각 당원협의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함께 모여 공정하고 책임 있는 협의 절차를 거쳐, 시당의 안정과 통합을 위한 최선의 방향을 모색해왔다.”면서 “이번 시당위원장 논의 과정에서도 저 뿐만 아니라 권영진 의원 또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명히 밝혔다"며 권 의원의 모순된 행동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일방적으로 출마를 강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당내 신뢰를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대구시당의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고 재차 직격탄을 날렸다.
이같이 시당위원장 선출이 이례적으로 경선을 통해 뽑는 것은 1년도 채 안 남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대구 단체장·지방의원의 경우 80% 이상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따라서 공천관리를 이끄는 시당위원장의 권한과 상징성은 선거 때 더 부각 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선이 내부의 자리싸움이나 자기 정치로 비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민심(民心)이 더 악화할 거이다”고 우려했다.
대구시당은 앞으로 자체적으로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통해 선거 운동 기간과 투표일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강대식 대구시당위원장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 까닭에 차기 위원장 선출 역시 다음 주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구시당 관계자는 "앞으로 투표에 참여할 대의원선출 등 절차가 남아있다"면서 "공정한 경선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도당 위원장에는 재선의 구자근(구미)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오는 17일 각 시·도당위원장을 최종 승인한다. 김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