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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오늘의 詩..
사회

오늘의 詩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4/02 16:48 수정 2015.04.02 16:48
잔인한 사월

                                        배동현
어느 날 아침
겨울 철새들이
훌쩍 꽁지 빠지게 달아난
텅 빈 연일 저수지에는
물오른 산풍이
형산 제방 위에 홀로 남아
엉덩이 반쯤 걸치고 앉아
긴 하품으로 졸고 있다

속살 비비며 살아온 어진 내 마누라
부풀어 앞산만 한 젖가슴에
유난히 번들거리는 한낮이
기력 다한 시노모 걱정으로
시름 타고 저무는 강나루에

머언 남녘 들에서
슬며시 찾아든 쑥 향기가
풋풋한 흙 내음에 녹아
겨우내 묵혀 온 무거운 남근이
문둥이 심사로 자지러지는
가슴 아픈 사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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