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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窓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4/05 15:11 수정 2015.04.05 15:11
TV홈쇼핑 '갑질' 관행 제동 걸어야

"사는 게 정말 팍팍합니다. 매장에서 너무 안 팔려, 홈쇼핑에서라도 팔아보려고 했는데 그 횡포라니….”
지난해 만난 한 납품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그가 힘들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본인도 손사래를 치며 없었던 얘기로 하자고까지 했다. 혹시 모를 피해도 걱정했다.
그렇게 곪아있던 일이 터졌다. 도를 넘어선 홈쇼핑 '갑의 횡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오쇼핑·롯데홈쇼핑·GS홈쇼핑·현대홈쇼핑·홈앤쇼핑·NS홈쇼핑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3억6800만원을 부과했다. 업계 최초로 대규모 유통업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적용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총 판촉비용의 50% 이상을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떠넘겼다. 부당한 경영정보 요구도 했다. 이메일과 카카오톡, 또는 구두로 경쟁업체와의 공급거래조건이나 매출관련 정보 등을 요구했다. 판매수수료 체계도 임의대로 바꿨다.
그야말로 입맛대로 요리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내용을 미래창조과학부에 통보해 이달 중 실시 예정인 TV 홈쇼핑 사업 재승인 심사에 반영되도록 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존 홈쇼핑업체의 재승인을 취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결국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와 홈쇼핑 업계의 자정노력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 관행처럼 여겨온 그동안의 갑질이 심각한데, 안타까운 현실이다.
갑을 문제의 핵심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갑을 사이에 심각할 정도의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부의 감독 역할 방치다.
갑 중의 갑이 재벌 대기업이다. 재벌 대기업이 경제적 힘으로 약한 경제주체를 막 대해도 감독 역할을 하는 정부가 제 역할을 못했다. 지난 5년간 공정위가 다룬 납품단가 부당인하 345건 중 검찰 고발은 딱 1건이고, 나머지는 면죄부였다. 가맹사업법 위반접수 건수 1384건 중 공정위가 고발한 것은 딱 1건에 불과했다.
현재 홈쇼핑업체가 '갑'의 위치에 있는 것 같아도 영원히 갑일 순 없다. 홈쇼핑업체가 납품업체들에게는 '수퍼갑'이었지만, 공정위 등 정부 부처와의 관계에서는 을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 역시 영원한 갑은 아니다. 언젠가는 그 자리를 내어주기 마련이다. 현재 가진 권한으로 나쁜 관행에 제동을 걸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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