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P무용단 신작 '12MHz' & '그레잉'
4일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 LDP무용단(대표 김동규)의 신작 '12MHz'(안무 김판선) & '그레잉(Graying)'(안무 신창호)은 추상적 내용을 몸을 통해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발군이다.
'12MHz'는 '소리' '파장' '진동'을, '그레잉'은 노화를 시각화한다.
현재의 화두를 실험적으로 담아내는 현대무용의 소재로 제격이다. '12MHz'는 진동의 확장과 수렴을 인간 관계의 밀도로, '그레잉'은 노화에 대한 고민을 삶의 순환으로 확장한다.
'12MHz'는 12명의 무용수가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나타내는 12개의 주파수가 돼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표현을 해야하는 만큼 운동량이 상당하다. 임샛별, 양지연, 위보라 등 여섯명의 여자 무용수들은 여섯명의 남자 무용수와 대등한 활동량을 보여준다.
이들을 비롯해 이선태, 류진욱, 안남근 등 내로라하는 스타 현대무용수들이 나오는데 각자 개성을 뽐내면서도 어우러지는 안무 구성이 일품이다. 특히 12명이 일렉트로닉 음악을 배경으로 한데 뭉쳤다가 각자 특기인 춤을 기반으로 그 덩어리에서 불균질적인 몸짓을 선보일 때가 정점이다. 춤 추기 힘든 비트에도 그 리듬감들이 상당하다.
일렉트로닉과 모차르트 '레퀴엠'이 어우러지는 음악은 강렬하다. 모노톤의 무대 위로 라디오를 연상케하는 네모난 24개 스피커는 상승, 하강하며 모더니티를 구현한다.
'그레잉' 초반은 언뜻 LDP무용단 작품 같지 않다. 한국 무용의 움직임을 차용한 듯한 움직임은 다소 느리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정중동'이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은 무용수들의 세밀한 움직임이 녹아 있다. 근육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무대와 영상이 한데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특히 '링반데룽'을 형상화한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눈보라, 짙은 안개 등으로 방향 감각을 잃고 원을 그리며 제자리로 돌아오는 현상이 링반데룽이다. 이를 대형 용수철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로 표현해냈다. 이 형상물은 무대에서 상승과 하강 작용을 반복하며 진짜 눈보라를 만드는 듯하다. 그 사이에서 무용수의 몸짓은 삶의 순환에 녹아들어가는 듯 하면서도 그에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후반부 LDP무용단의 대표작인 '노 코멘트' 못지 않은 강렬한 춤이 눈보라처럼 밀려온다. '그레잉' '노 코멘트' 모두 신창호 안무가 작품이다. 류진욱, 이선태, 안남근, 윤나라, 강혁 등 남자 무용수 8명이 신명이 느껴지는 음악에 흥이 넘치는 군무를 선보일 때 노화가 아닌 생명력이 펄떡거린다.
5일까지. 3만~5만원. 제작 LG아트센터. 02-2005-0114